(애틀랜타=연합뉴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남녀교육평등법에 서명한 이후 미국은 거의 모든 교육 관련 분야에서 성차별 문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 중등 교직을 여성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매년 학사는 물론이고 박사 학위를 받는 여성 수마저 남성을 앞지르면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정도가 됐다.


2008년~2009년 남녀 학위 취득 비율을 보면 2년제 62.1%, 학사 57.2%, 석사 60.2%, 박사 52.3%로 여성이 더 높았다.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 취득도 여성이 49%를 차지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타이틀 나인(Title Ⅸ)'으로 불리는 교육평등법 제정의 영향이 컸다. 이 법은 연방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별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 안된다는 내용으로, 학내 성차별은 국고 지원 중단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고교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는 여학생 비율이 40년 만에 1천%나 증가했고 대학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여성 수는 3만명에서 19만명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말 그대로 천지개벽이 이뤄졌지만 이공계만큼은 평등이 더딘 속도로 진행되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21일(현지시간) 일간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을 의미하는 스템(STEM) 분야의 경우 여성 인력은 전체의 25%에 불과한 상황이다.


관련 학문의 여성 대졸자도 남성에 비해 크게 적어 2009~2010년 엔지니어링은 17%, 컴퓨터 관련은 18%에 지나지 않았다. 유독 이공계에서 여성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대학이 관련 분야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탓이 크고, 이를 바꾸기 위해선 제2의 타이틀 나인이 도입돼야 한다는 게 여성 권익보호 단체들의 주장이다.


실험실에 여성을 두지 않으면 정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등 이공계 재정 지원을 남녀 평등 문제와 연계시키면 상황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여성계 일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사브리나 섀퍼 `독립여성포럼' 사무총장은 "엔지니어링 분야에 여성이 부족하다고 해서 학교가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냐"며 "남성과 여성은 다름을 인식하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