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침례교에 흑인 수장이 탄생한다. 단일교단으로는 가톨릭에 이어 미국 최대인 남침례교(SBC)는 19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서 열리는 교단 연차 총회에서 현 수석 부총회장인 프레드 루터(55) 프랭클린 에버뉴 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추대 형식을 밟아 총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남침례교가 과거 노예제도 지지로 출발한 백인 일색의 보수적 교단이란 점에서 첫 흑인 총회장 선출은 4년 전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비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침례교는 1845년 노예 소유주에게 선교사 자격을 주는 문제를 놓고, 이에 반대하는 교단 북부 지회와 결별한 뒤 남부를 지역 기반으로 지속 성장한 교단으로 현재 5만1천개 교회에 1천597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교단 명칭에서 `남부(Southern)'를 빼자는 의견이 교단 지도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미국 침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전체의 대표성도 갖고 있다.


남침례교가 흑인을 얼굴로 내세운 것은 가톨릭을 포함한 미국 기독교 교세의 전반적 퇴조 현상에 교단 내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가톨릭은 중남미 출신 이민자의 꾸준한 유입세로 그나마 신도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침례교는 5년 사이에 30만명의 신도가 이탈하는 등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남침례교는 이미 오래전 부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1995년 150차 연례 총회에서 인종차별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와 화해를 선포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루터 총회장은 당시 결의문에 참여한 목회자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교단 소속 교회의 50%가 소수인종 교회였고 남침례교 목사의 86%가 흑인이 교단 수장을 맡는 데 지지를 밝혔다고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프 웨이 리서치'가 전했다.


기독교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 루터 목사는 21세 때 오토바이 사고를 계기로 목회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살려만 주신다면 주님을 섬기겠다"는 간절한 기도에 `치유 은사'로 응답받고 목숨을 건졌다는 그는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뉴올리언즈의 거리로 나가 메가폰을 잡고 전도를 시작했다.


29세 때 거리의 "누군가로부터" 프랭클린 침례교회 목사 청빙에 지원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처음엔 "백인 교회"라서 고민했으나 백인 신도들이 교외로 나가면서 목사직을 맡게 됐다.


침례교가 루터 목사를 앞세워 `변화와 성장'이란 담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됐지만 백인이 쌓아놓은 견고한 `하얀 거탑'이 무너질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이가 적지 않다고 일간 USA 투데이는 지적했다.


흑인 교회학을 연구하는 T.본 워커 목사는 "변화와 성장은 빠르게, 그리고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며 "기쁜 일이지만 그가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환상은 내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