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올해 대학문을 나서는 졸업생들 가운데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과학, 교육, 보건 전공자들에게는 일자리가 있으나 예술, 인문학 분야는 좀처럼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평균임금도 기술 발달로 은행창구 직원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의 여파로 2000년에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일자리는 벌써 작년에 10여년만에 최악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스이스턴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의 앤드루 섬 센터장은 이같이 시장 사정을 분석하고 많은 대졸자들이 등록금 융자 빚은 증가했는 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부 산악지방에서 대학을 마친 졸업자들의 사정이 가장 좋지 않았다. 거의 60%가 일자리를 찾지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앨라배마, 켄터키, 미시시피, 테네시 주 등 남동부의 농촌지역 출신의 대졸자들도 사정이 거의 비슷했다. 태평양 연안의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 오리건, 워싱턴 주 지역에서도 일자리가 많이 부족했다.


이같은 분석은 노스이스턴 대학의 자료에다 드렉셀 대학의 폴 해링턴 교수와 워싱턴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원이 제공한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이들 자료는 노동부가 900여개 직종에 필요한 교육수준을 정하고 그 실태를 조사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25세 이하 대졸자들 가운데 53.6%에 이르는 150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는 최소한 11년만에 최악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들 150만명 가운데 절반이 결국 눈높이를 낮춰 웨이터, 웨이트레스, 바텐더, 안내 및 판매요원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별로 보면 동물학, 인류학, 철학, 인문학 등을 전공한 졸업자들이 전공에 따라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나 간호, 교육, 회계, 컴퓨터과학 등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업 가능성이 높았다.


어바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어바인)의 데이비드 노이마크 교수는 대졸자들이 눈높이 낮춰 단순업무 직종에 취업하고 있지만 그나마 고졸 보다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이마크 교수는 미국 노동자들이 앞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앞으로는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은 외국 출신자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학력 인플레 때문에 대학 졸업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는 경우도 이제 흔히 있다.


테네시 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켈먼 에드워즈 주니어(24)가 그 예에 속한다. 생물학 학위를 받고 대학문을 나선 켈먼은 5개월 동안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했다. 전공을 살리겠다고 연구원 일자리에 도전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켈먼은 현재 5천500달러의 학자금 융자를 안고 있지만 먼 장래를 보고 공부를 더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켈먼은 "만나는 사람마다 '공부를 더 하라'고 했다. 학사 학위만으로는 텅 비어있는 절벽 가장자리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