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살 때면 어떤 차를 살 것인가를 고르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어떤 색깔의 차를 고를 것인가 입니다. 1978년 한국에서 처음 차를 구입한 후에 33년간 참 다양한 차를 구해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이십년이 넘은 중고차에서 새차에 이르기까지, 미니 밴에서 작은 오픈카에 이르기까지, 트럭에서 세단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차들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다양한 차종, 다양한 메이커, 다양한 모델을 사용해 보았지만 돌이켜 보면 단 한번도 구입하거나 리스를 하지 않은 차가 있었습니다. 흰색의 차입니다. 아내와 함께 어떤 차를 구할 지를 의논할 때마다 항상 흰색은 말자고 말하곤 했습니다.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서로 세차를 하고 정리를 하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차에 먼지가 쌓이고 더러워져도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냅니다. 그래도 남들 보는 눈이 있으니까 기왕이면 먼지가 쌓이고 조금 더러워져도 눈에 뜨지 않는 색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주로 회색이나 은색 같이 무난한 색깔이면서 세차를 미뤄도 크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 차를 고른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년 전에 어떤 교우께서 차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마침 그 차가 흰색 계통이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차의 겉에 신경을 쓰게 되고 좀 더 자주 세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흰색 차를 타다 보니까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발견했습니다. 차체에서 가장 많이 손상되고 더러워지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차를 닦고 깨끗하게 유지하려다 보니까 차체에서 쉽게 지저분해 지는 곳, 항상 더러워진 곳에 더 관심이 가게 됩니다. 물론 브레이크 패드 먼지가 쌓이는 바퀴가 많이 더러워집니다. 달릴 때 먼지나 작은 돌, 벌레들이 부딪치는 앞부분이 많이 더러워집니다. 때로는 평소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차의 윗부분이 더 많이 더러움이 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곳들은 닦으면 깨끗해집니다. 자주 닦아야 하지만 그래도 닦을 때마다 깨끗해집니다. 닦아도 깨끗해 지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문을 여는 손잡이 바로 아래입니다. 그 곳은 사람들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곳입니다. 손잡이를 잡기 전에 손끝이 먼저 닿는 곳입니다. 그 곳에는 손끝이 닳을 때 손톱이 먼저 닿습니다. 사람의 손끝이 닿고 손톱이 닿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손길이 닿다 보니까 차체 전체에서 가장 많이 긁히게 됩니다. 많이 긁히다 보니까 긁힌 자국이 깊이 패여 항상 때가 묻은 것처럼 보입니다. 손잡이는 그나마 손으로 쥐어 잡으니까 긁힐 것도 없지만 손잡이 아래는 항상 긁히게 마련입니다. 특히 흰색 차는 더 합니다. 항상 그곳에 짙은 색의 긁힌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잘 닦아도 검은 자국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자동차 회사에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바닥 반도 안 되는 작은 부분이지만 그곳에는 단단한 특수 페인트를 더 두껍게 발라서 상처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해가 저물어가면서 지난 한 해 동안 헌신하시고 섬겨 주신 교우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려 봅니다. 차량의 엔진처럼, 트랜스미션처럼 수고하신 분들도 있고 차량의 의자나 겉에 잘 장식되고 멋지게 디자인된 차체처럼 쓰임 받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고 가장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자리에서 섬겨 주신 분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끌립니다.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셨기에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닦고 보듬고 아름답게 하실 때 특히 더 많이 닦아 주시고 깨끗하게 하시고 아름답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