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당국이 다가오는 9.11 테러 추모식에 올해도 종교 지도자들을 제외시킬 것으로 발표함에 따라 다시금 반론이 일고 있다.

9.11 추모식은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9년 동안 종교 지도자들의 순서 참여가 허가되지 않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0주년을 맞는 올해도 이같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은 “종교 지도자가 참석하지 않는 추모식은 비정상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01년 테러 당시 뉴욕 부시장이었던 루디 워싱턴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곳은 미국이다. 기도 없는 추모식이 내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국이 전통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라이프아웃리치인터내셔널(New Life Outreach International)의 페르난도 카브레라 목사는 역시 같은 신문에 “종교 지도자들은 우리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이들이며 9.11 테러와 같은 상황에서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의지해야 할 이들”이라며 시 당국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방목회자협회(Federation of Fire Chaplains) 존 롱 디렉터는 “종교 없이 추모식이라는 것을 할 수는 없다. 시작조차 불가능하다”고 크리스천포스트에 밝혔다.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종교간 갈등을 막고자 아예 종교 지도자 없이 추모식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서도 그는 “국가 기도의 날에는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한다. 국가 기도의 날과 9.11 테러 추모식의 차이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반대자들이 청원서를 전달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종교 지도자를 배제한 채 추모식을 개최한다는 뜻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9.11 테러 10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논란은 이외에도 추모관 내 십자가 설치를 두고도 일고 있다. 십자가는 테러 당시 그라운드 제로에서 발견된 것으로 세계무역센터 잔해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뉴욕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며 현재까지 보존되어 온 십자가는 얼마 전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진 추모관 내로 옮겨졌다.

그러나 무신론자들이 추모관에 십자가를 세우는 것은 종교가 없는 이들에 대한 권리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십자가를 설치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 이유는 이 십자가가 종교적 상징으로서가 아닌 희망의 상징으로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안 승인 당시에도 종교적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자리에 모스크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견해에 맞서 뉴욕 시민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경하게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9.11 테러 추모에 있어 종교적 의미 부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뉴욕 시 당국의 정책 속에서 뉴욕 내 교회들은 어떻게 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