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피소드는 익명성을 위해서 당사자들의 신분과 이름, 상황 등은 각색이 되었음을 알림)

40대 후반의 주철씨는 조금 늦었다 싶은 시기에 상담학 석사과정의 공부를 시작했다. 평신도로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필요하면 전문적인 상담의 일도 해 볼까하는 마음과 평소에 사람들을 돌보고 위로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있던 중에 어렵게 결정한 일이었다. 그런데, 처음 공부를 시작하면서 의사소통에 대해서, 경청에 대해서, 갈등에 대해서 점차 공부하게 되었다. 꼭 전문적인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서 갖추어야할 것들로 알고 익히는 중에, 자기 자신의 태도와 아내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적용되고 고쳐야할 많은 일들이 있다는 사실들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 주장만 하고 지적만 하던 태도에서, 어느새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실히 들으려는 노력을 함과 함께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의견차이가 있어도 전에는 ‘당신은 왜 그 모양이야’라고 하고 타박이나 하던 주철씨였는 데, 지금은 아내의 의견을 주의해서 듣게 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고 응대하는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내인 미선씨에게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남편의 변화였다. 물론, 이전과 달리 부부의 관계가 남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아이들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도 눈에 띄게 변하였다. 물론, 이것은 모든 가족들로 부터 환영을 받았고, 가족 전체의 분위기는 현저하게 달라져, 어느새 많은 대화를 나누는 가정이 되었다. 이런 변화를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묻자, 미선씨의 대답이, “글쎄, 공부를 시작하더니,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라고 하였다.

주철씨와 미선씨는 보통 대할 수 있는 평범한 중년 부부이다. 그런데, 막연하게 생각하고 시작하였던 상담학 석사과정이라는 공부를 하는 계기를 따라 막 공부한 과목 중에서 배운 내용이, 남을 위한 지식의 준비를 갖추는 일을 가지게 만든 것이었고, 상담자가 되는 과정의 중요한 자질과 기술들이 자기 가정에 적용이 되어져서 실제 가족의 관계들이 현저하게 달라지는 유익한 결과를 경험한 경우이다. 보통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의 다른 것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학제의 과정에서 다 배우나, 받아쓰기를 위한 듣기 등의 일을 제외하고는 타인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의 기술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의 전공과 관련한 경우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것이 실정이다. 그러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의 일은 건강한 관계에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이는 의도적인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고, 배워두면 지극히 효과가 높아 관계가 건강해지고 크게 풍성해 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경청(Attentive Listening)은,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의 기술과 노력 그리고 상대를 향한 관심의 태도를 요구한다. 경청을 잘 하기위한 요령 몇 가지를 언급하면, 1) 말하는 상대방에게 관심과 촛점을 두어야 하고, 2) 상대방이 전하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환언하여 적절히 반응하는 일이 필요하고, 3) 상대방이 전하는 감정과 느낌에 대한 공감적인 응대를 하며, 4) 정확한 이해를 위한 연관성있는 질문을 하고, 5) 이 모든 것을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과 관심, 그리고 진지한 열정의 태도를 가지고 해야만 한다.

이같은 요령들을 잘 실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를 모두가 인정해야만 한다. 누구든, 그리고 내게 중요한 관계당사자가 되는 상대방은 더욱 말할 것 없이, 모두 각자가 존귀한 존재로서, 첫째, 나름대로 자기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둘째, 자기의견 (Opinion)뿐 아니라 특정한 상황과 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느낌 (Feeling)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셋째, 체질로서든 다른 이유로서든 어떤 특정한 것을 다른 것보다 더 선호 (Preference)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한다. “너는 생각이 뭐 그 모양이야?”, “당신은 왜 울어?”, “왜 그것만 좋아하는 거야?” 하는 질문들은 진정한 질문이라기 보다는 상대의 의견과, 감정과, 선호를 부인하는 종류의 표현들이 될 수 있어 온당한 응대들이 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건강한 관계를 이루는 데 대적들이 되는 일들이 될 수 있다.

나는 가정이나 집밖의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는 일을 잘하고 있는가? 우리의 상대방에 대한 질문들이 상대의 의견과 감정, 그리고 선호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들을 자주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