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피소드는 익명성을 위해서 당사자들의 신분과 이름, 상황 등은 각색이 되었음을 알림)

미선씨는 50대 초반의 가정주부이다. 조그만 사업을 하는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으로 아주 풍족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 언제부터인지 미선씨는 잠을 잘 자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식욕도 떨어지고, 그나마 억지로 음식을 조금 먹고나면 소화가 잘 안되어 소화제를 찾기 시작한다. 없던 증상들이 생겨져 걱정을 하다가 결국 불면과 소화불량이 심하다 싶어 성화하는 남편을 따라 결국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기본적인 검사들을 해 보았지만 특별한 병이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으면 약간은 잠드는 데 도움이 되어도, 멍하니 정신이 나간 느낌과 다른 부작용들때문에 더 이상 계속해서 복용할 생각이 없다.

작년 가을 둘째아들마저 집을 떠나 타주의 대헉교로 입학을 하여 집이휑한 것같고, 집을 멀리 떠난 둘째 아들이 궁금하고, 밥이나 잘 챙겨먹는지 걱정이 되다가도, 이제 내가 할 일은 거의 다 끝났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매사에 의욕도 없고 모임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들도, 쇼핑도, 요리도 다 흥미가 없어졌다. 침실이나 거실에 누워서 시간을 대부분 보내고, 집안 일을 하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일도 다 시들하고 관심이 없다. 남편은 이런 미선씨에게 여러 가지 취미생활이든지 활동이든지 해 볼 것을 권하지만, 그런 것들도 다 거절한다. 몇 차례 이런 저런 권고도 하다가 결국 짜증석인 응대를 하는 남편을 향해 미선씨는 “세상 다 귀찮아요!”라는 볼멘소리로 외친다.

미선씨에게 육신의 질병이 아니라는 의학적 확인을 하고 난 후 드러나는 일이란 그녀의 정신건강 문제의 영역의 것이다. 특정한 질병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이 아니라면, 결국 그런 증상들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질문해 보아야 한다. 호소하는 신체적 문제들은 흥미롭게도 ‘우울증’이라는 정신건강 문제이다.

미선씨가 가지는 증상들 거의 모두가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식욕부진, 불면증, 불안감, 의욕상실 등의 증상들이 주요한 증상들이다. 당사자나 가족들은 이유없이 그런 증상들을 경험하는 것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도, 상담의 과정들에서 원인이 되는 특정한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미선씨의 경우는 갱년기에 가까운 나이에 둘째 아들까지 멀리 떠나 보내고,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들을 내적으로 경험하면서 상기의 증상들을 경험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더 이상 자녀 양육의 부담과 의미도, 남편과 집안을 돌보는 일들도 의미없고, 내가 누구고 결국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건가?, 내 인생의 의미가 결국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회의적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우울증적 증상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우울증’은 ‘정신건강 영역에서의 감기’같은 존재라고 말들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만연된 감기같은 흔한 질병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위기가 오거나, 삶의 회의를 일으키는 사건들을 경험할 때 그리고 다양한 이유들로 이 ‘감기’를 앓고 고생들을 하며 심하면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들을 본다.
적절한 관심과 도움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극복하고 나을 수 있는 상황이고 문제들인데 그것을 어떻게 받느냐가 관건이 된다.

난 무엇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걸까? 나를 규정하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이 인생에서 추구하고 의미있게 가치를 두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그런 중요한 의미들에 도전이 올 때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