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아래 3대 이상의 가족이 같이 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역일간지 AJC가 21일 보도했다.


이번 주에 발표된 U.S. 센서스통계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조지아 내 다세대(多世代) 가구는 18만 1천 개 이상이며, 이는 2000년 보다 39퍼센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일부 원인은 경기침체로 가정경제가 악화됐기 때문이며, 다른 원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을 통해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도 클레이튼, 캅, 디캡, 풀톤, 귀넷 카운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귀넷의 경우 다세대 가구의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31퍼센트 증가한 6만 가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인구학에서 말하는 ‘다세대 가구’란 최소 3세대 이상의 직계가족으로 이뤄진 가구를 뜻하며, 방계혈족인 이모나 삼촌, 고모, 조카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할머니와 부모, 자녀가 함께 한 집에 거주해야 한다.

다세대 가구는 지난 10년간 큰 폭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주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전체 가구수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이런 경향은 인종별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흑인 가구가 백인 가구에 비해 2배 이상 많으며, 아시안이나 히스패닉의 증가수치도 그리 크지 않다.

5개의 메트로 카운티 가운데 다세대 흑인 가구의 숫자는 십 년간 29퍼센트 증가한 것에 비해, 백인들은 절반에 해당하는 14퍼센트 증가를 보였으며, 아시안들은 더 적은 전체 증가율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만 증가했다.

조지아주립대 사회학과 얀 리곤 교수는 “백인들은 여전히 성인이 된 자녀를 세상으로 내보내야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명 ‘부메랑 키즈’라 불리는 많은 젊은 성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직업의 기회가 적기 때문에 나이든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다세대 가구는 가족간 친밀감을 증가시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갈등을 촉진 시키는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한다.

귀넷 카운티에 거주하는 준 리(40세, 뷰포드) 씨는 한국에서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부모와 함께 산 경우다. 그는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고 이를 통해 가족의 전통이 이어지는 것을 봅니다. 나의 부모님 역시 나의 조부모님과 함께 사셨죠”라고 말했다.

리 씨는 그의 모친이 메트로 애틀랜타에서 혼자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운전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항상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세대차이가 있죠. 하지만 가족들은 서로 이런 차이를 받아들입니다.”

커녀스에 사는 크리스틴 피셔 씨 역시 2008년 간호 보조사 직을 잃고, 트럭 운전사인 남편의 일거리가 줄자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어려운 시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하는 피셔 씨를 대신해 집안을 돌보고 손주들을 키워줬다.

피셔 씨는 “엄마가 함께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이들은 할머니를 알고 자랐고, 할머니가 해주는 요리를 좋아해요”라고 고마워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이 베이비 부머 세대에 한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인들을 돌보는 너싱 홈이나 시설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차라리 부모세대를 집안에 모시는 것도 다세대 가구가 증가하는 한가지 이유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부동산업자 챨스 게릭 씨는 얼마전 벅헤드 지역에 7개의 침실과 8개의 화장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갖춘 3층 주택을 구입한 한 남성을 소개했다.

40대 남성인 콜비 크레이그 씨는 이 집을 구입해 5개 침실과 5개 화장실로 개조했고, 수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된 어머니를 모셨다. 한 집에 살지만 독립적인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는 세 자녀가 할머니와 가깝게 지내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신이 어떤 성인(聖人)과 함께 산다고 해도 같이 사는 건 어려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전문가 유진 제임스 씨는 “최근 젊은 세대들이 나이든 세대의 집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자 다운 페이먼트를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빚을 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같은 집을 나눠서 사용하는 것은 가족간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가깝게 하지만, 사생활이나 라이프 스타일, 집안 관리 면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 취급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혼한 자녀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진 : 대학을 마치고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온 자녀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www.jonkeeg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