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창립된 이래 역사나 규모 면에서 시카고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로 성장해 온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에 6대 담임목사가 부임했다. 이미 7월 4일부터 주일설교를 시작한 황헌영 목사는 오는 10월 10일 오후 5시 취임한다.

“아들도 목회자로 바치겠다”는 목회자 아버지의 서원 기도대로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성결교회에서 자라나 서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였고, 한국에서 줄곧 목회하시던 아버지가 1985년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시작하시자 22살이었던 그도 미국으로 왔다. 빠듯한 이민목회에 부교역자를 둘 수 없었던 상황인지라 그는 아버지의 교회를 섬기며 교회 주변에서 공부할 곳을 찾다 중부텍사스대학교(현 Texas A&M University Central Texas Campus)에서 심리학을 접하게 됐다. 목사가 되겠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한 교수는 “그러면 더욱 더 상담학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1987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신학계에서 목회상담학은 그다지 각광받는 학문 분야가 아니었다. 황 목사는 상담심리학으로 M.S. 학위를 받은 후, 연합감리교회 산하 신학교인 달라스의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에 입학해 M.Div.를 마쳤고 Anton Boisen 교수로 대표되는 미국 목회상담학의 산실 시카고신학교로 진학해 목회상담학으로 Ph.D.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에 있는 동안 북일리노이연회에서 1998년 목회자로 안수받았고 1999년에 일리노이 주정부 공인심리상담사(LPC) 자격도 땄다. 목사 안수받은 후 미국인교회에서 약 3년간 목회하다 귀국해 한국 나사렛대학교 교수, 한동대 교목실장 및 교수를 2007년까지 역임했으며 그 이후 다시 시카고로 돌아와 최근 2년 반동안 다시 미국인 교회에서 목회했다. 이제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에 취임하게 된 황 목사를 먼저 만나 봤다.


-교수 경력과 심리상담사 자격, 미국인 목회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인 목회 경력은 어떠십니까?

박사를 마친 후, 한국에서 한 5년정도 가르치는 사역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사렛대학교에서 목회상담학 교수로 가서 2년 정도 있었는데 그 후에 한동대에서 요청이 있어서 여기서도 5년, 총 7년을 있다 왔습니다. 한동대에서는 교수이면서 교목실장도 겸직했습니다. 한동대에는 30여 외국인 교수 가정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온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대에는 한국어 채플과 영어 채플이 있었습니다. 마치 한국에 옮겨놓은 일종의 이민교회 같았습니다. 이민목회를 준비하기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선 아버지의 이민목회를 직접 옆에서 보고 도왔고 여러 한인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담임으로 한인목회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미국인 교회를 담임으로 섬기셨는데요. 미국인 교회에서의 경험을 나눠 주신다면.

작은 시골 교회다 보니 그에 대한 향수가 아직도 있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더 많은 묵상 시간을 가지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새벽에 혼자 나와 본당에서 말씀 묵상도 하고 설교 준비도 하고 기도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목사 혼자 나와서 매일 새벽기도를 하니 성도들이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한인교회는 상황이 많이 다를테지요? 부담이 크시겠습니다.

한인교회는 새벽기도 자체가 담임목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사역 중 하나이며 미국인 교회에 비해 설교의 횟수나 양이 많고 설교 외에도 심방 등 다른 사역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인교회가 가진 큰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남부시카고교회에서 저는 부임하자마자 특별새벽기도회를 했습니다. 성도 한명 한명을 위해 기도하고 안수하면서 미국교회에서는 느끼지 못한 성도들의 적극성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교수할 때처럼, 한 과목을 더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사역하니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목회상담학이 크게 각광받지 못하던 시기에 이 분야에 눈을 뜨셨습니다. 지금은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인데요.

아버지가 목회하던 텍사스 지역에는 특히 이중문화 가정이 많았습니다. 그들 중에는 가정의 파괴를 겪는 분들, 학대받는 분들도 있었기에 이분들을 목회적 관점에서 돌보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학교에서 배운 목회상담학이 목회현장에서 쓸모가 있었습니까?

흔히 목회는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삶의 모든 종합적인 장이 목회입니다. 목회상담학 자체도 인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데에 큰 도움을 줬지만 전공 분야를 떠나 신학 자체가 삶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감사한 것은 제가 보수주의적인 학교에서도 공부했고 진보주의적인 학교에서도 공부했기에 양자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목회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한동대에서 교목실장을 하며 다양한 교단의 훌륭한 목사님들과 교제할 수 있었고 그분들이 속한 교단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자연스럽게 배운 것도 제게는 일종의 특권이었습니다

-남부시카고교회에서 두달간 목회하셨는데 교회의 첫 인상을 한마디로 해 주신다면.

굉장히 선교에 열정적인 교회라는 점과 평신도 리더십이 잘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선교사 파송과 후원에 적극적이며 KM, EM 할 것 없이 단기선교에 열심히 참여합니다. 특별히 과테말라 지역에 1년에 2차례 봄, 가을 의교선교팀을 파송하며 여름철에는 YM도 미션팀을 해마다 보내고 있습니다. 해외선교 뿐 아니라 교회의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해 온 이중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이중문화 가정 돕기, 입양아 선교, 한국 혼혈아 선교에도 큰 비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카고 남부에 교회가 많지 않다 보니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인재들이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인적 자원을 활용해서 1년에 두차례 평신도가 설교하는 40일 새벽기도회를 드리고 있으며 제자훈련도 평신도들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로서 어떤 사역에 집중하고자 하십니까?

평신도 대표들은 제게 예배와 영성 강화를 가장 먼저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선교적 역량들을 한 목적 아래 통합시키는 것,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리더십도 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설교와 심방 등 영적인 사역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하려 합니다. 영성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저는 그것을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라고 봅니다. 감리교는 사회적 구원과 참여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과 함께, 한 영혼이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는 영성이 조화를 이룰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인만큼 지역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일도 많아 보입니다.

네. 우리 교회는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를 위해 섬기는 일에 소홀하지 않습니다. 교회 근처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매년 전달하고 있고 빈곤 퇴치를 위한 걷기 대회에도 매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역 흑인교회와 다양한 사업으로 협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시장이 교회를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영성 사역, 지역사회 참여 외에 또 무엇에 집중하십니까?

저는 상담치유 사역을 통해 성도들을 깊이있게 양육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한동대에 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연구해 왔던 비블리오 드라마를 한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그룹 치유 성경 공부입니다. 이미 한국의 큰 교회들은 드라마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배우와 대본, 장비 등 큰 부담이 따릅니다. 이에 비해 비블리오 드라마는 유럽 유대인들의 미드라쉬 전통에서 나와 현재 독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성경 본문을 읽으면서 그 안의 인물이 직접 되어 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성경 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이 되어 보면 글자 이상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고 이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내 삶에 적용시키며 치유받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기초로 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라면 예수님과 여인 역할 외에도 우물이 되는 사람도 있고 두레박, 혹은 바위, 나무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우물의 입장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을 어떻게 보는지, 생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성경을 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성경공부 방법이며 치유 사역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네. 목사님. 다시 한번 취임을 축하 드리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