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찌는 듯한 무더위로 인해 지친 8월의 어느 한날, 방배동 사무실에서 CCM사역자 김도현(38)을 만났다. 한적한 동네 한켠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장이자 사무실이자 지인들과 소통하는 사랑방(?)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의 사무실은 ‘나비공장’이라 불린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사무실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소품들로 장식돼 공간의 주인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박하지만 개성있는 그 공간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거룩한 예배의 처소 같기도 했다.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창작의 열정도 감지됐다. 김도현은 그 공간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음유시인’으로, 고요하게 기도하고 묵상하는 ‘수도자’로, 때로는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과주스를 건네며 인사하는 그의 말과 눈빛 속에선 따뜻한 ‘섬김’의 마음이 전해졌다. 음료수 한 모금에 더위로 지쳐있던 심신이 갑자기 활력과 생기를 얻은 듯 시원해졌다. 나비공장은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하는 ‘나비’(navi)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김도현은 그간 나비공장에서 2003년 1집 ‘한아이’ 2006년 2집 ‘성령이 오셨네’ 등을 생산해왔다.

특히 ‘성령이 오셨네’는 한국교회 CCM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기독교의 기본진리인 보혈이나 성령님에 대한 조명은 신선했고, 오랜 기간 묵상을 통해 나타난 가사의 명료함과 김도현만의 음악적 색깔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평양대부흥 백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던 시절 발표됐던 이 곡은 성령의 임재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한국교회 곳곳에서 불렸다.

1990년 주찬양선교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그 때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도현은 프로듀서,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 연주자, 음악감독 등 다양한 모양으로 CCM과의 인연을 놓치 않았다. 김우현 감독, 이요셉 사진작가 등과 ‘버드나무공동체’에서 코이노니아를 나누기도 했다.

20년간 사역하며 그의 이름과 영향력, 사역의 지경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엔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인지, 나의 지경이 넓어지고 그 영향력만 커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게 내가 그토록 원하던 모습의 삶인가?” 사역에 대한 회의감과 무기력감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올 초 김우현 감독과 함께 떠났던 이스라엘 성지순례에서 그가 던졌던 질문에 주님은 뜻하지 않게 응답하셨다. “내니 두려워 말아라”(마 14:27) 갈릴리 호수를 건너는 배 위에서 앞날에 대한 막막함으로 묵묵히 기도만 하던 그에게 주님은 그렇게 다가오셨다. 신년 집회를 위해 참석했던 일본 나고야 한 교회의 주일예배 중에는 갑자기 ‘일어나라 이스라엘 다시 일어서라 이스라엘’이라는 가사로 노래를 지으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는 이스라엘선교나 사역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간혹 그에게 올 초 개봉한 메시아닉쥬에 대한 영화 ‘회복’을 관람한 후 이 곡을 지었냐고 묻는 이들이 있지만, 영화를 본 적도 없고 이스라엘에 관심도 없었다. 지인이 전해 준 이스라엘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셨다. 수 년만에 만난 친구 김종철 목사를 위해 기도하게 하셨고, 이사야서를 읽으며 이스라엘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하셨다. 로마서 11장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과 그 분의 관심방향과는 별개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의 사역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한 메시아닉쥬 목사는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Sing! Israel!”이라고 외쳤지만, 그 한 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을 위한 노래를 지으시라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여겨졌다. 4년만에 발표한 3집에 수록된 곡 ‘샬롬’과 ‘일어나라 이스라엘’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어찌 보면 김도현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은 저 멀리 중동에 위치한 이스라엘 민족 그 자체만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랫동안 먼 여행 떠났던, 고된 삶과 힘겨운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믿고 알고 있는 이들이지만 ‘회복’이 필요하듯, 예수를 알고 믿지만 여전히 메마르고 하나님과 멀어져 있다면, 크리스천들 역시 하나님에게는 회복이 필요한 이스라엘일 수 있다.

김도현은 말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 다윗처럼 되길 원한다”고. “무엇을 하든 성령께서 감동을 주시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 분의 말씀에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려 서슴없이 그 뜻에 순종하고 싶다”고 말이다.

김도현 웹페이지) www.nabigong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