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책 살 돈이 없었다”

최근 한 시간강사의 자살로 시간강사의 열악한 환경이 이슈가 된 바 있다. 현재 국내에는 시간강사 6만여 명이 대학 교육에 종사하면서 전체 강의 중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시간당 강사료는 3만~4만원에 불과하고 한 학기에 세 과목을 맡을 경우 한해 수입은 1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실제 세 과목을 맡는 사례는 드물다. 결국 대다수 시간강사들의 평균 연봉은 50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학대학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전임교원 대비 시간강사의 비율은 일반대학에 비해 높았다. 국내 주요 신학대학 4곳의 전임교원 수는 260여 명, 시간강사의 수는 이보다 1.8배 더 많은 460여명이었다. 그러나 일반대학의 경우 서울대는 전임교원 2025명, 시간강사 1239명으로 전임교원 대비 시간강사의 비율이 약 61%였다. 전국에서 시간강사 수가 2915명으로 가장 많은 고려대의 경우에도 이 비율은 65%였다.

월간 ‘목회와신학’ 8월호에는 한 신학대학 시간강사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한국 신학교의 서글픈 자화상, 시간강사’였다. ‘목회와신학’은 “현재 교육부에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신학교만 30여개”라며 “이들 학교에 종사하는 시간강사들 역시 생계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글을 싣게된 이유를 밝혔다.

이 글에서 시간강사는 “(시간강사의) 자살소식을 들으면서 마음이 개운치 못했다. 그분들은 다른 시간강사들보다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조건에서 자살했다면 나와 같은 사람, 아니 나보다도 못한 조건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는 많은 동료들은 수십 번도 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다는 그는 “국내에서 신학을 하지 않은 터라 강의를 소개해줄 동기나 선후배가 없었고 나를 책임지고 이끌어줄 스승도 없었다. 그래도 안면이 있어 찾아간 몇 분에게도 강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데 그 학교 출신의 학위자에게는 없다던 자리가 주어지는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글에 따르면 어렵게 강의를 맡고 그가 받은 한 달 강사료는, 3학점 한 과목 기준으로 14만 4,000원. 한 달 총 12시간 강의였기에 시간당 1만 2,000원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공휴일이 겹쳐 수업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시급은 빠진다.

그는 “처가에 빌붙어 살아가면서 아이들 학원비도 안 되는 돈으로 한 학기를 버텨나갔다”며 “시간강사에게 방학 동안의 삶은 그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책을 살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신학대학은 전임강사와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임교원에게 우선적으로 수업을 맡기고, 여기서 남는 수업을 시간강사에 할당한다. 자연히 시간강사의 강의는 매학기 수업 여건에 따라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

글을 기고한 시간강사도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은 시험으로 걱정하지만 시간강사는 다음 학기 강의 문제로 노심초사한다”며 “시간강사에게 학기 말은 실존의 위기이며 아울러 생계 문제로 가장 크게 고민하는 시기다. 더욱 난처한 상황은 강의가 더 이상 없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다. 사실 통보조차 하지 않는다. 내 편에서 먼저 문의해야 할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주 유명해지지 않는 한 시한부적인 강사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과 섭섭함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원망과 불평으로, 심하면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사들 많아지면서 전임강사 되기 더 어려워
정통 신학 고집 말고 다양한 전공 선택해야

국내 신학대학의 한 교수는 “(시간강사의 처우와 관련해) 신학대학도 일반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계수단으로 시간강사를 하기는 힘들다”며 “내가 시간강사 였을 땐 강의를 맡는다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전임강사가 된다는 희망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옛날에 비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막연히 기다리면서 언젠가 (전임강사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신학대학이 동문 위주로 시간강사를 뽑는 것에 대해선 “교리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을 땐 그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학력이 좋아도 신학대학의 교리를 따르는 동문을 뽑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한국의 신학대학이 교수들의 정원을 좀 더 늘려야 한다. 일반대학에 비해 그 수가 적다”며 “교수를 꿈꾸는 이들도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이 정통 신학만을 고집하다보니 신학 관련 전공은 교수 지원자들이 넘치지만 그 외 전공에선 오히려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