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디아스포라의 역할에 관련된 몇 개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전세계에 흩어진 한인들이 오래 전 고향을 떠나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과 같이 선교적인 역할을 감당하리라는 기대가 공통의 관심사였습니다. 사실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논의는 많이 벌어지지만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영어로는 다이아스포라로 읽습니다. 헬라어와 라틴어의 발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디아스포라로 표기하지만 일상 영어에서는 다이아스포라라고 합니다.

흔히 1.5세라고 불리는 한인들을 다이아스포라로 부릅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미국이나 또는 다른 나라에 가서 자리 잡은 세대는 아주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그들이 등장하는 기간도 아주 짧습니다.

다이아스포라의 역할에 주목할 때도 이중 언어와 다중 문화를 가진 집단으로서의 강점을 말합니다. 그러나 선교를 포함해서 어떤 활동이든지 언어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다이아스포라를 1.5세로 잡을 때 언어와 문화의 경험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중 언어 중 어느 쪽도 수준높게 제대로 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문화적인 적응에 있어서도 미국의 주류 사회 문화에도 끼지 못하고 한국의 주류사회 문화에도 끼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일 경우도 많습니다.

다이아스포라를 고려할 때 이미 이민의 5세대가 성인이 되는 지역과 이제 막 새로운 이민이 시작되어 이민 1세대 공동체가 형성되는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조선족, 구 소련의 고려족, 독일에 가서 정착한 광부와 간호사의 후예들, 북유럽에 대거 입양간 한인 입양인들, 멕시코의 에니껭, 하와이의 이민 1세대의 후예, 쿠바의 혁명 세력에 동참한 이민자들, 남미의 농업 이민의 후예들, 나프타 이후 중미에 진출한 한인 이민자들의 자녀들, 남태평양이나 멀리 아프리카 연안에 원양어업으로 또는 무역으로 진출한 작은 한인 집단에 이르기까지 이민의 상황과 기간에 따라 너무도 다양한 집단이 흩어져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와 비슷한 처지를 거친 수백년 넘은 이민 민족들의 경험도 살펴야 합니다.

특히 지난 20년에 걸쳐서 전세계에 흩어지게 된 유학생 집단도 중요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 정착한 경우, 잠시 머물러 경력을 쌓고 귀국 준비를 하는 경우, 이런 유학생 부모 밑에서 10년 어간의 기간에 외국 생활을 경험한 자녀들 등 유학생 집단도 아주 중요한 고려 대상입니다.

특히 이민 3세대로 넘어가면서 한국어를 모르고, 한국음식을 매일 먹지 않으며, 심지어 부모 중에 하나만 인종적인 한국인일 경우나 본인들이 타 민족과 결혼한 경우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인즈 워드와 같이 외모로나 언어로 전혀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지만 스스로 자랑스런 한국인이라고 여깁니다. 그의 유명세 때문인지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하인즈 워드를 한국인으로 여깁니다.

한빛지구촌교회는 한어권 2세가 모인 2세 교회로 여깁니다. 2세 문화 속에 살지만 신앙 생활과 공동체 교제의 언어는 한국어를 선호하는 집단입니다. 물론 다이아스포라에 포함되는 공동체입니다. 이제 한빛지구촌교회와 같이 한반도 밖에서 오늘을 사는 한인들에게 숙제가 있습니다. 언어, 음식과 같은 표면적인 문화를 넘어서 한국인임을 자부할 수 있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해외 거주 한인들에게 세대를 이어가면서 한인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유업으로 준비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