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신문 인터넷 판을 보다가 정신이 버쩍 나는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미 읽으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것은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인 그레고리 페렐만(Grigori Perelman)에 관한 기사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남달리 뛰어난 수학적 재능과 노력으로 그는 16세 때인 1982년에 이미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출전해 만점을 받아 천재성을 보였지만 명예나 권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초연해서 1996년 유럽수학회가 수여하는 ‘젊은 수학자상’ 수상을 거절하였고, 미국에 거주하며 여러 대학과 연구원에서 연구하는 동안에도 미국 내 여러 유명 대학교에서 교수직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후 그는 얼마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테클로프 수학 연구소에 재직을 하면서 연구를 하였는데 그러한 그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세계 수학계의 ‘밀레니엄 7대 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Poincare conjecture)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짤막한 논문을 발표하고 나서부터 랍니다. 보통 학자들은 이렇게 자기가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유명한 논문집에 발표하기 원하고, 또 권위 있는 논문지에 발표되는 것만으로도 학자로서의 큰 영광으로 여기는데, 그는 세계 수학계에서 지난 100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에 대한 논문을 수학 연구 논문지가 아닌 인터넷 자기 홈페이지에다가 게시했다고 합니다. pdf파일을 통해 각각 22페이지와 39페이지로 돼 있는 논문에는 '푸앵카레'라는 단어조차 나와 있지 않아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그의 논문을 접한 이들은 그가 푸앵카레 추측을 풀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모두 동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수학계는 그에게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정작 페렐만은 이 논문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다시 논문을 거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세기 최고의 수학 문제를 풀고도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고 인터넷에 짧게 올린 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학계가 그의 논문을 몇 년간 검증한 결과 페렐만의 주장은 푸앵카레의 추측을 푸는데 거의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결론지어졌고 이로 인해 그 후 2006년에 스페인에서 개최된 국제수학자회의(IMU)에서 그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이 되었지만 그는 그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고, 그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수학을 좋아할 뿐이지 돈도 명예도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사람들 앞에 전시되는 것이 싫습니다"고 하면서 "나는 수학의 영웅도 아니고 성공한 인생을 살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모든 이가 날 쳐다보지 않게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고 합니다.

그 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수학연구소중의 하나인 미국의 클레이 수학연구소(Clay Mathematics Institute:CMI)는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대가로 그에게 100만불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연구소는 미국 뮤추얼펀드계의 억만장자인 랜던 클레이씨가 1999년 수학 연구를 장려할 목적으로 자신의 고향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설립한 연구소로서 이 연구소의 창립자인 클레이는 현존하는 최고의 수학자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수학계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난제 7가지를 선정한 후 2000년 5월 ‘밀레니엄 문제 7가지’를 공표했고 이 중 하나라도 해결하는 사람에겐 각각 10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페렐만을 그 7가지 난제중의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공로를 인정하고 그에게 100만불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수상 대상자인 페렐만은 클레이연구소의 결정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금을 수령조차 하려 하지 않자, 연구소 측에서는 지난 주간에 그가 살고 있는 러시아 집에 직접 사람을 보내어 상금을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집 문을 걸어 잠근 채 수상을 거부하는 의사를 다시 전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가 상금을 거부한 것은 물질적으로 풍족해서가 아니랍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근무해오던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를 2005년에 그만둔 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어머니를 모시고 작은 서민 아파트에서 소액의 연금으로 살면서 연구에만 몰두한다고 합니다. 그가 사는 집안에는 가구라곤 낡은 책상과 등받이 없는 의자, 그리고 옛 주인이 쓰다가 남겨둔 낡은 침대 밖에 없을 정도로 빈약한 생활 여건에 살면서 가끔 산에 가서 버섯을 따는 것이 고작의 취미인 그는, 자기에게 상금 100만불을 받아가라고 찾아온 연구소 사람에게 이렇게 짧은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돈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걸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로 스물한번째 파송을 받은 날,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 여겨지면 그 길을 고집스럽게 가는 사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레고리 페렐만을 통해 제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