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열기를 띠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정 16강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이 눈에 띕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한 32개 대표팀들의 경기를 하나씩 보면서 그들의 기량과 경기력의 차이가 눈에 띕니다. 월드컵에 진출한 팀이라면 우선 실력에 있어서 아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랭킹이 낮은 팀이 더 높은 팀에게 이기기도 합니다. 랭킹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점수차가 그 만큼 큰 것도 아닙니다. 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량과 팀의 경기력의 차이는 엄연합니다. 90분 전체로 가르는 승패는 우연과 운이 많이 간섭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세트피스를 풀어 나가는 방식, 패스하는 방식, 드리블하는 방식 등 순간 순간 드러나는 기량과 경기력은 큰 차이를 보여 줍니다.

먼저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팀이 있고, 찾아온 기회를 잡는 팀이 있습니다. 그러나 32개 팀 중에서 단 몇몇 팀은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공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공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선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공의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빈 공간, 또는 꽉 찬 공간에 공을 집어넣어 혼란 속에서 갑자기 치밀한 톱니바퀴 같은 연결이 펼쳐지게 합니다. 공을 따라가기 위해서 몸과 시선과 생각이 빠르게 움직이는 공에 박혀있는 선수도 있는가 하면 상대방 선수와 동료 선수들의 발과 위치를 보면서 뛰는 선수도 있습니다.

기회를 놓치느냐, 기회를 잡느냐, 기회를 만드느냐의 차이는 선수들의 기량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없는 반복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기술을 습득한 단계를 뛰어 넘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기술이 본능이 되는 것입니다. 공이 몸에 붙어 있는 선수가 있고 제대로 된 드리블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공이 몸에서 1-2미터 떨어지는 선수도 있습니다. 0.8초 만에 두 번 드리블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단계가 아닙니다. 본능의 단계입니다. 본능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생각은 대뇌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지만 본능은 척추신경계에서 또는 근육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슛을 날릴 때 골문을 힐끗 보고 날리는 선수와 달리 슛을 날리고 나서야 공에서 눈을 떼는 선수도 있습니다. 공이 땅에 떨어져서 속도가 줄거나 멈출 때 정확한 패스를 만드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공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패스할 곳이 정해지고 패스할 각도가 정해져서 발이 움직이고 있는 선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룬 민족입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초기 단계는 지식도 없이 기술도 없이 노력, 희생, 집념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습니다. 기술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기능공을 키우고 선진국의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그들의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때로는 지식 없이 기술을 습득한 일도 많았습니다. 이제 지식이 바탕이 되는 기술이 조금씩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본능에서 나오는 예술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삼성의 휴대전화가 애플의 아이폰에 한방에 흔들리는 것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한류라는 문화 상품이 한국보다 문화적으로 뒤쳐진 곳에서는 거센 물결을 일으키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신앙도 지식에서 습관이 된 기술로 넘어가야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결단하지 않아도 본능 속에서 나오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오늘도 끊임없이 하늘나라의 지식과 하나님께 속한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