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도 목사가 지난 22년 간의 다일공동체 사역을 돌아보며 그리스도인의 영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국목회상담협회가 29일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개최한 연례학술대회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했다.

‘영성지도와 목회’를 주제로 강연한 최 목사는 먼저 “신학생 시절부터 영성에 관심이 있었다. 어찌보면 지난 30년 동안 영성이라는 단어를 붙들고 계속 살아온 셈”이라며 “요즘엔 일상이 곧 영성생활이고 영성생활이 곧 일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뗐다.

그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위로부터의 영성만을 추구한다면서 자신의 다일공동체 사역은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영성이라고 역설했다.

“그 동안 한국교회가 너무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면서 위로부터 내려오는 표적과 기사에 관심이 많았다. 이는 ‘주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에 잘 나타난다. 그러나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영성도 함께 실천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나 자신과 ‘지금 여기’라고 하는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의 첫 출발은 한적한 산도 깊은 계곡도 아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노숙자를 비롯한 빈민들과 함께 시작했다”며 “이것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귀한 영성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모교인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대학교에서의 일화를 예로 들며 오늘날 신학생들의 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밥퍼 사역을 하면서 노숙자들이 식사 때마다 1백원을 냈었다.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게 1백만원을 모아 장신대에 헌금했다. 자신들처럼 어려운 이웃을 돌볼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해달라는 노숙자들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신대는 그 헌금을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가끔 그 건물에서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기도 한다”며 “최첨단 건물에서 강의하면서 ‘과연 이 학생들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이나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던 신학생들도 어려운 이웃들을 잘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신학생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최 목사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겠다는 생각보다 대형교회 담임이 되려 하는 신학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사랑을 실천한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들이 아닌 몇 만명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의 목사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한국교회는 미래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 목사는 또 다일공동체 사역을 통해 마르다와 마리아의 영성이 모두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땐 주님을 위해 열심히 음식을 준비한 마르다의 영성이 있었다. 그러면서 불만이 많이 생겼다”며 “왜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밖으로 나와 희생하지 않을까 하며 마리아처럼 주님 발 아래에만 있는 목회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러다 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점점 주님 발 아래 앉아 말씀을 경청하는 마리아의 영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만약 마르다의 영성만으로 살았다면 다 탈진해버려 지금의 다일공동체는 없었을 것이다. 자연치유센터와 영성생활수련원을 만들어, 청량리라는 현장과 산 속의 한적함을 오가면서 균형잡힌 영성생활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권명수 박사(한신대)가 ‘영성지도:영적 여정의 동반’을 제목으로 강연했고 ‘영성지도와 실체:말씀묵상지도’ ‘영성지도와 실제:그리스도 요법’ ‘영성지도의 실제:기도치유’ 등의 주제로 분과별 모임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