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가운데 미국 이민을 반대하고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반이민성향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2009년 8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이민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이 전체 응답자의 50%로 2008년 39%에 비해 11%나 대폭 상승했다.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32%로 2008년 39%에서 줄었고 이민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14%로 2008년 18%보다 줄었다.

‘이민은 미국에 좋은 것(good thing)’이라고 응답한 미국인은 58%로 2003년 이후 최저였다.(9*11 테러 직후인 2002년에는 52%). 반면, ‘이민은 미국에 나쁜 것(bad thing)’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36%로 200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인 사이에서 반이민정서가 1년 사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갤럽은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이민을 반대하는 성향이 커진다면 미국인들의 이민에 대한 태도가 1년만에 비우호적으로 바뀐 것은 미국 경제 침체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18세 이상 미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2009년 7월에 실시됐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법이 마련된 것도 미 사회에서 커져가는 반이민정서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는 지난 5월 16일 Fox 뉴스에서 애리조나의 불체자 단속 강화법 등을 “미국 역사에서 그동안 나타난 이민배척주의(Nativism)의 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먼저 온 미국인들이 나중에 온 이민자들을 항상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이민배척주의’(Nativism)라고 한다.

‘Nativism’은 ‘Native American’에서 유래한 것으로 다른 문화 출신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올 때 이들이 미국의 국가적,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을 왜곡할 것이라며 이민을 반대하고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1830년대 로마 가톨릭 신도들인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오자 당시 미국인들은 이들이 로마 교황에 충성함으로 미국의 ‘공화국주의(republicanism)’ 즉, 사람들이 대표를 선출해 다스리는 대의제를 부정하고 개신교에 기초한 앵글로 색슨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며 이들을 배척했다. 소위 ‘이민배척주의자(Nativist)’들은 가톨릭 교회와 아일랜드계 지역사회를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등 무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온 이민자들도1840대부터 1920년대까지 미국에서 배척을 받았다. 이들이 금주령을 거부하고 영어보다 독일어를 더 사용하며 1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을 지킨 이유에서다. 1890년대에 미국인들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미국 내 초등학교들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1882년 중국인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은 대표적인 미국인들의 이민배척 사례다. 중국인들은 1840년대 캘리포니아 금 채굴과 1860년대 대륙간횡단철도 건설 때 미국으로 대거 이민왔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많이 나고 철도공사가 한창일 때 미국인들은 중국인들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금 맥이 끊기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입장이 180도 달라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 대다수 중국인들은 광산에서 쫓겨나 식당이나 세탁소에서 저임금으로 일했다.

1870년대 남북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지자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정치화되어 1882년 중국인들의 이민을 중단하고 미국에 들어와있는 중국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중국인배척법이 의회에서 채택되었다. 당시 미국노조 등은 인건비가 싼 중국인들로 미국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떨어진다며 이 법을 환영했다.

1907년 미국이 일본과 체결한 신사협정도 미국인들의 반이민정서에서 기인한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회는 일본계 아이들을 차별해 이들만 다니는 학교를 세우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미국과 1907년 신사협정을 맺고 일본인들의 미국이민을 중단시켰다.

1900년대 초 가톨릭 교도들인 유럽동남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왔을 때도 반감이 있었지만 이들이 미국사회와 문화에 동화하면서 1950년대 이들에 대한 배척과 반감은 사그라졌다.

미국인들의 반이민움직임은 1970년대 미국이민 줄이기 운동으로 이어졌고 20세기 말에는 불법이민자들, 주로 불법체류 멕시코인들을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살인, 폭행 등을 저지르는 증오범죄(hate crime)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인들의 반이민정서는 경제적, 문화*사회적, 안보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이민자들을 위한 정부 지출 부담이 증가하며 미국인들의 임금수준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갤럽이 지난 5월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이들에게 학교, 병원, 정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당하게 져야하는 부담, 이들을 미국에 거주하도록 하면 제2의 불체자가 등장할 것이라는 걱정, 저임금 불체자로 인한 미국인들의 적은 임금 등이었다.

둘째, 이민자들이 영어를 배우지 않고 주류사회와는 동떨어져 살면서 출신국 문화만 고수해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고(故) 사무엘 헌팅톤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Who we are’에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미국의 정체성 위기를 만들면서 미국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셋째, 이민자들이 미국보다 자신들의 출신국에 충성하면서 미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계 미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보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전쟁채권을 사야했고 일본계 미국인들은 집단으로 수용소에 갇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팽배한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의심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케이아메리칸포스트(www.Kamer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