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기도의 날을 둘러싼 논란이 위헌 판결로부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의 국가 기도의 날 펜타곤 연설이 취소된 데 이어, 의회 연설까지 취소시키려는 움직임이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는 오는 5월 6일 국가 기도의 날에 의회에서 열리는 특별 행사의 연설자로 그래함 목사가 초청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주최측에 이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 그래함 목사의 펜타곤 초청에 반대한 다원주의 단체 미군종교자유재단(MRFF)과 흡사하게, 그래함 목사의 이슬람 비판 발언들을 문제 삼으며 그를 “종교적 비관용을 퍼뜨리는 반이슬람 전도자”로 비난하는 한편, “프랭클린 그래함은 개인적으로 이슬람 혐오자가 될 권리는 있겠지만 국민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공적 현장에 설 권리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국 선조들은 이런 부당함 용인하지 않았을 것”

그러나 CAIR측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로버트 애더홀트(앨라배마 주)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회 내 국가 기도의 날 후원단체 소속 의원들은 그래함 목사에 대한 초청을 취소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 포스측은 전했다. 셜리 돕슨 태스크 포스 의장은, “그래함 목사의 종교적 견해가 일부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초청을 취소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돕슨 의장은 그래함 목사의 펜타곤 연설을 결국 취소한 미 육군측의 결정에도 유감을 표하며, “그래함 목사의 아들은 군인으로서 전장에 나가 있고, 그의 아버지인 빌리 그래함 목사는 대통령들을 포함해 수십년간 미국인들의 종교적 필요를 위해 봉사해 왔다. 미국에 헌신해 온 이 위대한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날의 행사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은 이 나라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을 건국한 선조들은 이런 부당함을 결코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리 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그래함 목사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슬람을 “악랄하고 사악한(evil and wicked) 종교”라고 비판해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으나, 그는 후에 이 발언과 관련해 무슬림들에 대한 것이 아닌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와 비무슬림에 대한 인권 유린 등 악한 행위들을 지적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그래함 목사는 2009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슬람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표명했다.

그래함 목사는 그러나 이와 동시에 무슬림 형제들과 이슬람 국가들이 변함없이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 또한 강조해 왔다. 실제로 그래함 목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사마리아인의지갑을 통해서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다르푸르 학살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수단의 알 바시르 대통령과도 여러 번 만나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 강경 무슬림들은 그래함 목사를 대표적 반이슬람 인사 중 한 명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MRFF측이 펜타곤에서의 그래함 목사의 연설을 취소시키려 나서기까지도 무슬림 군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CAIR는 미국 내에서 테러 집단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과격 이슬람 단체다.

그래함 목사의 연설에 반대하는 이들 단체들은 국가 기도의 날 행사가 펜타곤이나 의회와 같은 공적 현장에서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국가 기도의 날을 위헌으로 규정한 판결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위스콘신 주 법원은 국가 기도의 날이 정교 분리와 종교 자유를 명시한 미국 연방헌법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도 국가 기도의 날 폐지를 주장하는 무신론 단체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FRF)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소송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국가 기도의 날은 “종교에 관계 없이 미국민이 자발적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라는 입장 표명과 함께, 정식으로 항소를 제기해 놓은 만큼, 이같은 판결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9회를 맞는 국가 기도의 날은 1952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 때부터 법제화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특정 종교 행사라기보다는 국가적 전통으로 미국민들의 정서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국가 기도의 날을 수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교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이어져, 지난 22일 의회에서는 국가 기도의 날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기자 회견을 갖고 이 날이 “건국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유산”임을 천명하고 강한 지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5일 빌리 그래함 목사의 자택을 방문해 개인적인 면담을 가지면서, 이 자리에 동석해 있던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펜타곤 연설 취소와 관련해 미군 내 종교 자유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자 이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