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역법(曆法)을 사용함으로써 부활절을 따로 지내 온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가 올해는 같은 날에 부활절을 기념하게 된 가운데, 에큐메니칼 교계에서 다시금 부활절 일치 운동에 대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16세기 이래로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는 그레고리력을, 동방 정교회와 오리엔트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따라 부활절을 지켜 오고 있다. 그러나 두 교회력상 부활절이 4월 4일로 일치를 이루게 된 올해는, 동-서 교회가 같은 날 한 목소리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게 된다.

내년 역시 4월 24일로 부활절이 일치하게 되는데, 이처럼 두 차례의 하나된 부활절을 계기로 1920년대 이래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아젠다 중 하나가 되어 왔던 부활절 일치 운동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움직임이 최근 미국 NCC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마이틀 키너먼(Kinnamon) NCC 총무는 교파를 초월한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에게 최근 보낸 서한에서 부활절 일치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며, “기독교 세계는 부활의 메시지를 언제 선포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분열된 양상을 보여 왔고, 이 같은 분열은 분명히 우리의 하나님을 슬프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레고리력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1582년, 율리우스력에서 부활절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춘분이 오랜 기간 누적된 오차로 원래 3월 21일에서 3월 11일으로 옮겨진 것을 수정하고자 10월 5일부터 14일까지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수정해 교회들에 공포한 것이다. 이처럼 동-서 교회가 부활절을 따로 지내게 된 배경에는 어떤 신학적 견해의 차이가 아닌 단순히 역법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키너먼 총무는 강조했다.

이러한 차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 교회가 함께 하는 부활절을 위한 에큐메니칼 교계의 노력은 오랜 세월 진행되어 왔다. 1920년 콘스탄티노플 에큐메니컬 총대주교회의 때 부활절 일치 운동이 처음 거론됐고, 1997년 시리아 알레포 회의에서 WCC의 제안으로 부활절 산출 방식의 개혁이 제안되기에 이른 것. 이는 예루살렘 자오선으로부터 결정된 천문학적 춘분에 이어지는 첫 보름 다음 주일을 부활절로 정하자는 것이었지만, 동-서 교회 간 동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키너먼 사무총장은 세계 교회 지도자들에게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재고해 볼 것을 촉구하며, “2012년에도 그리스도 안에서의 화해와 연합이라는 부활절의 메시지를 같은 날 선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