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2세 혹은 1.5세 중에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업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한인 학생들의 학업 성적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한인 학생들이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대단히 높다. 이러한 결과는 한인들의 교육열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는 듯 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과학자 등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한인 이민 2세 혹은 1.5세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피상적인 인상에 기반을 두고 한인 이민 2세 혹은 1.5세가 미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청소년 층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매우 다양한 구성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에서도 간혹 한인 청소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1993년 7월에는 한인 학생 사이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한인 학생 이주영군이 최선건씨를 총기로 살해한 것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1993년 7월 27일 발행한 주간동남부는 다음과 같은 논평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최선건씨를 살해한 이주영 군은 얼마 전 뉴욕에서 이사를 온 후 줄곧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도시에서 왔다고 건방지게 군다’ 혹은 ‘선배에 대한 예절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군은 이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총을 들고 상대방을 쫓아 다녔다’는 사실을 많은 청소년들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 소지가 매우 용이한 미국 사회의 제도적인 문제점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청소년들은 감정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한인타운 중국식당에서 일해 오며 주변의 문제 청소년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는 정모군(22세)은 “적게는 3~4명, 많게는 8~9명씩 이루는 자기들끼리의 그룹이 형성되어 그룹의 리더 격인 청소년들이 차 밑에 권총 한 자루 정도는 흔히 숨기고 다니는 것을 일종의 불문율로 여긴다.”라고 말하고, 이들 청소년들은 다른 그룹에서 기습할 경우를 대비하여 총기를 소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어린 나이에 마약에 손을 대는 한인 청소년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마약 복용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헨더슨 고등학교(Henderson High School; 애틀랜타에서 한인 학생이 가장 많은 고등학교 중의 하나) 12학년 재학 중인 최모군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인학생 중에 마리화나를 하는 친구들을 몇 명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한인 청소년의 탈선 중에서 분별 없는 이성 관계가 가장 급증하는 문제 중의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인 여학생 중에는 심한 경우 15~16세에 임신을 경험하거나 낙태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부모들이 반대하는 이성교제 때문에 가출하거나 동거에 들어가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의 부모도 말릴 수 없게 되며 일부 가정은 할 수 없이 약혼 혹은 결혼을 승인하거나 동거 사실을 묵인하게 된다고 한다.

한인 이민청소년이 겪는 가장 근본적인 정신적 갈등은 바로 주체성(identity)의 상실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체성의 문제는 미국 사회에도 전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신이 속하는 한인 청소년들의 층도 넓지 못해 소속 의식이 빈곤하여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 1.5세에게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간동남부 1995년 4월 21일~25일자 기사에서도 ‘한인 청소년 탈선 행위가 심각하다’라는 제목으로 한인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 한인타운 늦은 밤거리를 배회하는 한인 청소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밤 10시~새벽 2시 무렵 남녀로 섞여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거나 음주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심각한 탈선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 고교 중에서 한인 재학생 수가 가장 많은 헨더슨 고교의 한국 학생 클럽 지도교사인 M.W. 워딩톤(역사 담당) 교사는 “요즘 한인 학생들의 결석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심야 외출과 음주 행위가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워딩톤에 의하면,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아예 등교를 않거나 부모 허락도 없이 조퇴하기 일쑤이다. 또 어떤 학생은 등교할 때 친구, 동생에게 거짓으로 편지를 쓰게 하거나 담임 선생에게 거짓 전화를 하는가 하면 학교에서 보낸 가정 통신문을 미리 가로채 부모들을 학교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탈선 학생들은 학부모들의 언어 장애를 악용해 부모를 곧잘 속인다고 지적하였다.

탈선 학생들은 부모 모르게 심야에 외출하거나 혹은 함께 음주하거나 나쁜 파티 장소에 몰려다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노래방, 카페, 클럽 등에도 서슴없이 출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딩톤 교사는 학생들은 도서관에 간다면서 부모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서관은 그렇게 늦게까지 열지 않으니 절대 속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워딩톤 교사는 이러한 청소년 문제의 원인은 한인부모들의 경제적 성공에만 집착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귀가하여 주일 평균 6~7일을 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살기 때문이라고 풀이하였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자동차와 옷을 사줌으로써 못다한 부모의 도리를 대신하려 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정교육과 관심을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한인이민사 1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