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 교향악단 지휘자를 꼽으라 한다면 나는 서슴치않고 미국의 레너드 번스타인과 독일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들겠다. 번스타인은 1918년에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계였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첫 미국 지휘자였고,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을 지휘한 여러 마에스트로 가운데 가장 찬사를 받는 지휘자이다.

내가 카랴얀의 웅장함과 카리스마넘치는 지휘보다 섬세하고 자상한 지휘법을 구사하는 번스타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좌파적 사상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인 면에서 카랴얀보다는 한 수 위의 품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카랴안은 그의 단원들을 어떻게 혹독하게 다루었던지 한번은 칼침을 맞기도 했었다. 반면에 번스타인은 유머와 자상함으로 그의 단원들을 항상 유쾌하게 하였다. 후학들도 어쭙자는 카리스마보다는 사랑과 배려와 실력으로 뉴욕 필하모니를 정상에 올려 놓은 그를 배워 마땅할 것이다.

그는 작곡가와 저술가로도 명성을 남겼다. 세 개의 교향곡, 두 개의 오페라, 다섯 개의 뮤지컬 음악 외에 다수의 작품을 썼는데 특히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시리즈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캔디드와 같은 친 서민적인 곡을 다수 작곡하였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수업은 매우 귀족적인 것이었다. 보스턴 라틴 스쿨을 졸업한 후, 하바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월터 피스턴에게서 음악을 배우고,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여 지휘를 프리츠 라이너에게서 배웠으니 그의 음악학업의 족적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이다. 커티스에 있는 동안, 번스타인은 또한 Helen Coates와 Heinrich Gebhard에게서 피아노도 배웠는데 사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지휘자로서의 명망과도 맞먹는 것이다.

오늘 논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1960년대에, 미국 공영 텔레비전의 ‘청소년을 위한 연주회’ 시리즈이다. 지금 한국의 모 방송에서 다큐시리즈로 방영중인데 흑백영화의 칙칙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감동을 주는 음악교육용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청소년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분들은 교과서로 삼아야 할 문화유산이다. 카네기 홀에 가득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열정적 사랑으로 그의 음악이론을 현장 실습을 통하여 시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필자는 워싱톤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설립하는데 일조를 하고 이후에 여러 조언을 통하여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앞장서온바 있다. 감격스러운 것은 워싱턴인근의 수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청소년오케스트라가 성공적으로 성장함에 자극을 받은 것이 분명하니 그저 감사하고 흐뭇할 뿐이다.

그러나 창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준높은 기량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미국사회에 평가받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워싱턴청소년재단은 후원회를 조직하고 세계적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발돋움 시키기위해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후원회는 이들 청소년들이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분명하다. 신춘음악회를 통하여 그 첫 선을 보이고 이어 한국의 유수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매우 크다. 이런 일들의 철학적 배경은 레너드 번스타인에게서 배운바 큰 것이어서 그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