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무슬림들의 공격에 의해 기독교인 5백여 명이 목숨을 잃은 나이지리아에서 종교적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성들에 의해 일어났다. 11일(현지시각), 검은 옷차림을 한 수천의 나이지리아 여성들은 나무로 된 십자가와 성경책, 그리고 희생자들의 사진과 ‘평화’를 상징하는 나뭇가지를 들고 공격이 발생한 조스 시 인근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아기를 등에 업고 나온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무슬림 괴한들의 칼에 맞아 무참히 살해된 5백여 명 가운데는 여성은 물론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들까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우리는 죽어간 아기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슬퍼하고 있다. 이 슬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여기 나왔다”고 여성들은 말했다.

조스 시에 위치한 서아프리카복음주의교회(ECWA) 본부 건물에서부터 플라토 주 의회까지 행진한 여성들은 주 당국에 이번 대량학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기독교인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조스 시 보안 당국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5백 명에까지 이른 데는 조스 시 보안 당국이 기독교인에 대한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비난해 왔다.

실제로 사건 당일 새벽 1시 30분경부터 무슬림 괴한들이 몰려오면서 조스 시 보안 당국에 기독교인 주민들이 연락을 취했지만, 괴한들이 기독교인 한 세대를 남김없이 몰살하고 돌아간 새벽 3시 30분까지도 보안군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우리는 군대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외치며, 십자가와 성경책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지난 7일, 나이지리아 중부 조스 시 인근의 도고 나하와, 조트, 라스타트의 총 세 곳의 기독교인 마을은 무장한 무슬림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괴한들은 총성으로 주민들을 위협한 뒤 집 밖으로 나오는 이들을 여성, 아이 가릴 것 없이 칼로 마구 베어 살해하는 잔인함을 보였다. 기독교인 주민들은 괴한들이 사람들을 살해하고 마을을 불태우면서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 아크바”를 외쳤다고 증언했다.

이번 사건은 조스 시의 오랜 종교 분쟁 역사상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폭력 사태로 기록됐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는 뿌리 깊은 종교 간 갈등은 물론, 부분적으로는 가해자인 무슬림들과 피해자인 기독교인들 사이에 그 동안 벌어져 온 목축지와 농지, 식량 자원 등의 경쟁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플라토 주 여성 발전 협의회 총무인 지포라 크파몰은 “연방 정부가 기독교인에 대한 대량학살을 막지 못하고, 이 주에서의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유엔에 개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스 시에서의 가두시위와 동시에 수도인 아부자에서도 연방 정부에 종교 간 유혈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국제 인권단체들은 경의와 지지를 표하고 있다. 기독교세계연대(CSW)는 성명을 통해 “플라토 주 여성들의 행동은 높이 살 만한 것이며, 주 당국에 대한 그들의 요청에 우리도 뜻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번 기독교 마을 학살 사건은 인종청소에 가깝다”며 “이런 일을 자행한 이들은 물론 그 배후 세력까지 밝혀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는 북부 지역에 많은 무슬림과 남부 지역에 많은 기독교인들의 분쟁으로 나라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으며, 1999년 군사정권이 끝난 이래로 종교 간·인종 간 충돌로 1만3천5백 명 이상이 숨졌다. 특히 비슷한 세력의 이들 두 종교가 만나는 중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종교 간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조스 시도 그러한 중부 지역 도시 중 하나다.

조스 시에서는 지난 2001년과 2004년, 2008년에도 대규모의 이슬람-기독교 폭동이 일어, 지금껏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총 2천 명 가량이 희생됐으며, 올해 1월에도 무슬림 청년들이 기독교인 청년들을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폭력사태가 확산되어, 3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기독교인 지도자는 “우리는 이런 폭력의 악순환에 지쳤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아이들과 여성들이 더 이상 죽임 당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