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상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입니다.

호암 이병철이라는 인물을 살펴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인물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먼저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인은 오랜 세월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에서 정치적으로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결국 수백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힌 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을 보는 눈과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 무척 주관적입니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종종 현대사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평가하는데 한 두가지의 약점이나 한 두 가지의 장점으로 모든 것을 단정짓는 실수를 하거나 가장 큰 업적이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무시하고 사소한 것으로 인물의 평가를 끝내는 성향이 많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에 약하다 보니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외부 사람들의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우리끼리 평가할 때는 인색해도 외국인의 평가에는 더 많은 신뢰를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순신, 박정희 같은 인물들은 외국에서 더 크게 인정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순신 장군도 한국에서 큰 영웅으로 높이고 있지만 역사 속에서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그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정권이 이순신 장군을 추켜 세웠다는 이유 만으로 이순신 장군의 평가에 인색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전세계 해전사에서도 가장 경이적인 장군으로 꼽혀 모든 해군 사관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연구하는 인물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그 만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외국에서의 평가와 한국 내에서의 평가가 많이 다른 인물입니다. 마찬가지로 호암도 외국에서 더 크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대 항해 시대 이후 계속해서 밀리기만 했던 동양권이 서양과 경쟁하기 위해서 가장 동양적인 가치를 찾을 때 종종 유교적인 가치관을 현대화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양의 독창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현대화된 유교적인 가치관을 처음으로 실천한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호암입니다. 프랑스 소르본대 바흐조 교수는 호암의 경영 방식을 평가하면서 두드러진 특징으로 신유교주의를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경영학자들은 일본의 오늘을 가능하게 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숭앙을 받는 미쓰비시 창업자인 아와사키 야타로에 호암을 견주기도 했습니다. 현대 일본의 정치 경제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인재를 배출하게 된 배경에는 으레 아와사키 야타로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꼽는 가장 존경할만한 기업인에게 호암을 견준 것입니다.

한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열매를 봐야 합니다. 또 한편 그 열매를 또 다른 사람의 열매와 비교해 봐야 합니다. 객관적인 평가는 절대 평가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보지 않고 뿌리, 몸통, 가지를 보면 실수합니다. 열매를 볼 때도 비교할 만한 다른 열매들을 많이 살펴보지 않으면 가지에 가끔 부실한 열매가 한 두 개 달려 있는 것 만으로 평가 절하를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열매를 보아 나무를 안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시나무, 찔레, 포도나무, 무화과 나무를 비교하면서 열매를 비교하셨습니다. 우리 자신을 평가할 때도, 다양한 지도자를 평가할 때도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