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복음연맹(WEA)의 지난해 11월 중국 삼자교회 방문에 대한, 일부 국제 중국 인권단체들의 비판과 관련해서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가 직접 WEA의 입장을 밝혔다.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가 그간 제기된 비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는 지난 2일(현지 기준) 미국 복음주의 신문 크리스천포스트(CP)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일부의 지적과는 달리 WEA의 중국 삼자교회와의 관계 개선 노력을 현지 가정교회의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터니클리프 대표는 우선 WEA가 150년간의 긴 역사 동안 전 세계의 종교자유 확대를 위해 헌신해 왔으며, 또한 이는 여전히 WEA의 핵심 가치로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종교자유와 인권은 결부되어 있는 문제이며,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한 치의 양보 없이 단호한 입장을 밝혀 왔다”며 “우리는 종교자유의 강력한 수호자 역할을 변함 없이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터니클리프 대표는 종교자유를 한 사회 내에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회만의 독특한 정황(context)에 맞춘 최선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적용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마치 구약 시대 불같은 성격에 거침없이 불의에 대항한 엘리야와 같은 선지자가 있었는가 하면, 아합왕의 궁전에서 자신의 지위를 통해 드러나지 않게 정의에 헌신했던 오바댜 같은 선지자도 있었던 것과 같다.

그는 “오바댜가 권력의 구조에 더 인접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더 편하게 자신의 사명을 실현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반대로 더 힘든 일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는 중국의 상황에서 기독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정권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며 이러한 노력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WEA 대표단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이사회와 국제지도자회의 직후인 11월 16일부터 2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중국삼자교회협회 및 중국기독교협의회 지도자들을 면담하고, 베이징을 비롯해 난징 등 도시들에서 현지 교회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세계 복음주의 교계와 중국 교계의 상호 대화와 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WEA측 대표단으로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를 포함해, 유럽복음연맹(EEA) 고든 쇼웰-로저스 사무총장과 전미복음협의회(NAE) 리스 앤더슨 회장 등 지역 복음주의 대표들과 장재형 북미이사 등 국제이사진까지 총 24명이 참석했고, 중국측에서는 푸 시안웨이 삼자교회 회장, 중국기독교협의회 가오 펭 회장, 칸 바오핑 사무총장 등 대표진들과 이외에도 애덕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했었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후 발표한 중국 방문 결과와 성과에 대한 공식성명을 통해, 중국 삼자교회가 공산주의라는 독특한 국가 체제에 맞게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면담의 의의에 대해서는 “WEA와 중국 교회가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삼자교회 푸 시안웨이 회장 역시 “WEA의 방문을 기쁘게 생각하고 이 방문이 상호 관계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한다”며 열린 자세로 응답한 바 있다.

그러나 차이나에이드(ChinaAid)를 비롯한 일부 국제 중국 인권단체들과 몇몇 현지 가정교회 지도자들은 WEA가 중국 방문 기간 추진한 중국 교회들과의 만남에서 박해받고 있는 현지 가정교회는 제외되어 있었으며, 이들 가정교회에 대한 언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또 중국 방문 후 발표한 성명이 현지 가정교회의 현실을 담고 있지 않아, 이들에게도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것처럼 국제사회의 잘못된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비판적 견해를 보여 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도 WEA의 견해를 밝혔는데, 먼저는 지난 중국 방문은 삼자교회와 중국기독교협의회측의 초대에 응해 이뤄진 WEA 대표단의 첫 정식 중국 방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역사적인 방문이었으며, 우리 대표단의 목적은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었다”며 “따라서 중국 안의 다른 기독교 운동의 권익 옹호보다는 (우리와 삼자교회 간의) 상호 이해를 쌓는 것이 우선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중국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만난 삼자교회 소속 교회들이 그들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그 상황을 WEA에 알리고 싶어했다며, “이같은 만남은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WEA가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많은 복음주의 교회들이 그러하듯, 복음주의는 어떠한 정치적 동기나 편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편견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으며, 지난 중국 방문의 일부 목적은 세계 복음주의에 대한 이같은 정형적 이해를 깨는 데에도 역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터니클리프 대표는, “복음주의 교회의 역할은 공적인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며, 중국 내 종교자유 수호를 위한 복음주의 교회의 역할을 확인하면서도, 다시 한번 복음화와 종교자유 확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사회의 정황에 맞는 메커니즘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WEA의 역할은 다양한 사회 정황에 따른 최선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발견하는 것이며, 이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국가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WEA는 이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