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살우(矯角殺牛)’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사자성어로, 문제가 되는 작은 부분에 연연한 나머지 문제가 되지 않는 큰 것까지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달 25일 개정 공포된 공직선거법에 교회 내 투표소 설치를 제한하는 법조항이 포함됐다. 공직선거법 제147조 제4항은 ‘종교시설 안에는 투표소를 설치할 적합한 장소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투표소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외 3명, 이하 종자연)은 교회 내 투표소 설치와 관련해 이것이 “국가가 특정 종교에 종교 선전의 자유를 제공하는 행위”라며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이들이 특정 종교시설에 출입을 강제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들은 또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금지시키고자 헌법소원(2008.2.27), 국가인권위진정(2008.02.13, 2008.02.19), 공직선거법개정 청원 등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종자연은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이라는 단서가 악용되어 지속적으로 일부 종교시설에 투표소가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종교자유와 종교인권의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교회 등 종교시설에 투표소 설치가 가능하다’는 지침에 비해 상당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현재 헌법재판소 본안 심사에 올라가 있는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 위헌 확인이 위헌으로 판결되어 교회 등 종교시설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는 단서 조항까지 폐지되게 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종교자유와 종교인권의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회를 비롯한 관련 자치단체는 이러한 종자연의 비판이 현실을 도외시한 지나친 원칙주의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 두 차례에 걸쳐 투표소를 설치한 바 있는 서울 개봉동 N교회의 L장로는 “당시 구청에서 장소 협조를 부탁해 허락했던 것”이라며 “평일 낮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구청 직원의 말에 공감했고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에 봉사하자는 교인들의 의견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칫 국가 행정기관인 구청에 어려움을 줄까 염려해 지나친 전도 행위는 자제했다”며 “따뜻한 차 정도를 준비하는 선에서 그쳤다. 교인들도 이웃을 섬긴다는 마음에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이것을 종교편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친 비난”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반포동 J교회 K목사 역시 순수한 봉사가 종교편향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교회로 오르는 계단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쉽게 투표소까지 갈 수 없었다. 이에 교인들이 직접 도우미를 자청했다”며 “전도 목적이 아닌 순수 봉사 차원에서 한 것이다. 주민들도 교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섬김과 봉사라는 부분을 보지 않고 그저 종교편향으로만 보면 앞으로 교회가 어떻게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역자치단체 역시 지나친 종교편향 해석은 행정 절차의 효율성을 간과한 단편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청 관계자는 “투표소는 지역 주민들이 쉽게 올 수 있고 원활히 투표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한다”며 “보통 한 동에 6개에서 7개의 투표소가 설치되는데 이 많은 투표소를 설치할만한 장소 찾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평일에 넓은 장소를 빌려줄 곳이 흔치 않다. 반포2동 같은 경우에도 주변에 투표할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학교나 교회에 (투표소를) 설치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단순히 종교편향이라 비판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행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 투표소가 아직 결정되진 않았으나 (교회를 투표소로 사용하게 되는)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