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201일간 사투(死鬪)를 마치고 별세한 김 모 할머니(78)는 한국사회에서 터부시되던 죽음에 대한 논란과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화두를 던졌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지만 3일만에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해달라’고 인공호흡기 중단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살아있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재판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연명은 인격적 가치를 제한하기 때문에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호흡기 제거 후 2-3시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일 동안 강한 의지로 주어진 삶을 살아낸 김 할머니는 한국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논란을 남기고 떠났다.

의료기술 발달과 평균수명 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실버세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의 문제 앞에서 대부분은 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고 심지어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 할머니의 경우처럼 본인이나 가족 중 한 명이 갑작스런 사고나 노환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 갑자기 거동이 불편해 지거나 의료기기를 의지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뇌사 상태에 빠진다면……? 그 다음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한국어, 한국문화로 제공되는 호스피스 서비스
팀 이뤄 환자에게 맞춘 전인적 치료 제공

미국 내 최초이자 유일한 한인설립 호스피스인 미선호스피스 조요한 소셜워커는 “호스피스란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아시아권 대부분이 죽음을 터부시하고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반면, 서구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호스피스 기관을 이용해 담담하고 아름답게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미선호스피스는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캅, 디캡, 풀톤, 더글라스, 귀넷, 베로, 홀, 락크테일 카운티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호스피스가 한 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미선호스피스가 8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한 소수인종을 위한 호스피스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미선호스피스에서는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소셜베네핏교육, 심리적 상담, 가족대상 교육, 영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자체호스피스입원병동을 개원한다.

미선호스피스에서는 의사, 간호사, 소셜워커, 채플린, 간호보조사,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뤄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하고 움직인다. 치료 목적은 아니지만 호스피스팀의 전인적 돌봄으로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호스피스 자격을 갖춘 간호사는 적절한 약품을 제공할 수 있어 극심한 고통 없이 환자 본인의 의지대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존엄한 죽음 돕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시급
호스피스란 더 이상 의학적 치료가 무의미한 환자들의 통증완화와 증상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을 돕는 서비스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조요한 소셜워커는 밝혔다.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은 ‘우리 할머니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다 돌아가셨다’며 친숙하게 생각하고 본인 또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호스피스 서비스를 찾습니다. 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침대에서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요. 반면 아시아권,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집에서 가족을 돌보다가도 죽음이 임박하면 구급차를 불러 병원이나 다른 기관에서 임종하기를 바랍니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면 간호사가 사망선고를 내릴 수 있어 구급차나 경찰을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또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간호사나 의사에게 연락해 상태를 알리고 심폐소생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한 경우 잠잠하게 편안한 장소에서 운명하실 수 있도록 돕습니다.”

▲미선호스피스건물 외관
미선호스피스에는 지역 목회자들을 채플린으로 임명해 환자가 원하는 경우 영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물론 기독교뿐 아니라 가톨릭, 원불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동참하고 있어 심리적, 영적 안정을 도모한다. 가정방문 서비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입원과 똑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선호스피스 측은 무엇보다 5월 개원하는 자체호스피스입원병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자체호스피스입원병동은 9명의 환자를 수용하는 규모로 사무실과 정원, 채플, 가족이 쉴 수 있는 리빙룸을 갖추고 있다. 간혹 가족이 부득이하게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최대 5일까지 환자를 위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다가 마지막에 환자가 병원이나 다른 입원병동으로 옮기는 경우 가족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해 자체입원병동을 개원해 환자와 가족들을 더욱 배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보험 미리 준비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비용이다.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일반보험으로 본인의 부담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개인부담으로도 가능하다. 조요한 사회복지사는 이에 대해 한인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시민권자의 경우 소득이 없으시면 메디케이드를 받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영주권자의 경우 10년간 40점의 크레딧을 만들면 메디케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100% 커버되는 것은 아니니 나머지를 메울 수 있는 메디케어C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영주권자라면 세금보고를 잘하셔야 하고,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험을 찾으셔야 합니다. 보험도 없고 메디케어도 없으신 경우 개인부담으로도 받지만, 대부분 고령이시라 소득이 없으시면 특별케이스로 고려를 해드립니다.”

‘미선(美宣): 아름다운 종결’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경주하고 마지막 하나님 품에 안길 때, 고귀하고 아름답게 삶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미선 호스피스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24시간 상담전화 770-623-2710 www.mesunhospi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