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1부 예배를 마치고 저는 원하지 않는 소식을 담은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지난 1월 12일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우리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구제위원회(UMCOR:United Methodist Committee On Relief)의 책임자인 샘 딕슨 목사(Rev. Sam Dixon)께서 별세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던 바로 그날. 그는 다른 구호단체들과 아이티 구호를 위한 단체 간의 협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티에 도착해서 투숙지인 몬타나 호텔에 들어갔는데 그가 호텔에 들어간 지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진이 일어난 것입니다. 호텔이 지진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바람에 호텔에 있던 300여 투숙객들과 함께 그는 무너진 호텔 건물 안에 묻히게 되었고, 4일 동안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있다가 4일만에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그가 살아서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소식과는 달리 건물 속에서 구조대가 그를 발견할 때 이미 그는 사망했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입니다.

우람한 체격에 언제나 밝은 웃음을 머금은 후덕한 인상으로 만나는 이들을 편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매우 긍정적인 사고로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을 잘 감당해온 그를 가리켜 주변의 많은 이들은 차기 세계선교부 총무감이라고 할 만큼 선교와 구제 사역을 위해 헌신된 사역자인 그를 잃은 것은 우리 연합감리교회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선교 관계 모임들에서 만나 선교에 대한 비전과 목회자로서의 교제를 나눈 저도 신실한 동역자를 잃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적마다 묻는 질문입니다. 물론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가 묻는 질문은 이런 일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리시려는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하나님의 의도를 알지 못하거나 받아드리기가 쉽지 않기에 던지는 신앙적 물음입니다만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은 같은 질문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던지곤 합니다. “네가 믿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그렇게 하나님의 사역에 충실한 사람이 아이티에 놀러 간 것도 아니고, 자기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갔는데, 그것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땅에 불우한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갔는데 왜 하나님은 그를 죽게 하셨는가!“


오래전 한국에서 목회할 적에 섬기던 교회의 원로 장로님께서 그해 섣달 그믐날 밤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려고 교회에 오시다가 교통사고로 별세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같은 질문들이 주변에서 들려 왔습니다.

“왜 하나님은 교회에 오는 장로님을 교통사고로 죽게 하시는가?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 오시는 길에 죽게 하시는가!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그런 선한 목적을 이루려는 이들을 죽게 하는가?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길이라면 또 모르는데, 장로님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려고 교회를 가는 길인데 왜 하나님은 그를 죽게 하는가!”

아마 여러분들 중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고 스스로에게 묻거나 아니면 다른 이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의도를 담은 하나님의 역사임을 믿지만, 일어나는 일마다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목적과 의도를 모두 알 수 없기에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언제나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번 샘 딕슨 목사님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래서 마음에 질문을 담고 있었는데 주께서 귀한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이 이 땅에서 선하게 산 이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딕슨 목사처럼, 그리고 원로장로님처럼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며,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Life)에 대한 주님의 약속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든지 우리 모두는 죽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생명(Life)에 대한 약속은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죽음을 우리는 삶(Life)의 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죽음은 다만 이 땅에서의 삶을 잠시 멈추고 잠드는 것이라고 한 바울의 고백을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샘 딕슨 목사님이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그의 삶을 마친 것은 그가 이 세상에서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고, 그가 죽을 수 있는 마땅한 때에 이 세상에서의 삶을 멈춘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우며 살아온 이가 어렵고 힘든 이들의 삶의 현장에서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래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말씀을 전하며 살다가 말씀을 전하는 현장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