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젊은 시절부터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만남을 가질 때에도 어두컴컴한 레스토랑 보다는 야외를 선호했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계획을 짤 때면 아무리 급한 일도 제쳐둘 정도였다. 독일의 한 철학자는 인간의 정신에 최대의 휴식을 주는 것은 수면이 아니라 적당한 여행 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기나긴 여행이기도 하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일들을 겪기도 하고 또한 실패와 좌절도 경험한다. 때론 정신 없이 달려온 세월을 어느 순간에 뒤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행로에 많은 생각들을 보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삶의 언저리를 볼 수 있고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재충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행은 우리에게 분명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어떤 도식 속에 갇혀 있는 듯 하다. 그것이 일상이든 아니면 그 밖에 나름대로의 창조성을 가진 것 이라 할지라도 일정한 도식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많은 사람들이 상황의 변화를 갈구하지만 조금은 두려움 같은 것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천재의 대표적 인물로 우리는 아인슈타인을 많이 말한다. 그의 두뇌가 남들보다 특수하게 생겼거나 유별나게 크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 하기에 그가 그 많은 창조적 사고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활동들을 위한 뇌의 다른 기능들이 많은 양보를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관한 이런 일화가 있다. 그가 여행 중 기차에서 기차표를 어디 두었는지 몰라 한참 찾고 있을 때였다. 때 마침 역무원이 기차표를 체크 하며 지나가다가 차표를 찾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라는 것을 알고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며 기차표는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계속해서 기차표를 찾고 있었고 역무원이 거듭 괜찮다고 말하자 그는 역무원을 보며 차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 건망증은 일종의 휴식공간 같은 것이어서 그 천재적 기능을 오히려 살려주는 고마운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에서 공간적 의미를 알고 그것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위적으로도 우리는 그 공간을 만들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사고의 공간적 의미가 상실 될 때 인간은 협착된 삶을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 매달 몇 차례 노숙자 선교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몇몇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외에는 신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듯 했다. 문제는 그들의 사고가 본래의 기능들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직 하루를 어떻게 하면 배불리 먹고 춥지 않게 자야 하는가에 집중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음식과 두터운 옷을 제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공간성을 확보 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그들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귀한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 사랑을 누릴 뿐 아니라 그들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성경적 앎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대화한 어느 백인 노숙자는 자기는 먹고 자는 것 외에 다른 관심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대를 하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을 때 그는 어떻게 하면 담배를 얻거나 주울 수 있는가 하고 약 이라도 한 알 얻어 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대답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에게서 작은 희망 같은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자꾸 갈구하며 찾으려 하는 것은 그 사고를 다른 방향으로 접근 시킬 때에 회복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경험 한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그러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뿐 만 아니라 이민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삶의 모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귀 기울일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우리의 삶의 모습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내가 형식적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직장과 비즈니스가 나를 꼼짝 못하게 하기에 정신적 여유를 갖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 하지는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부가 맞벌이 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잘 돌봐주지 못해도 아무 일 없이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는 일방적인 생각으로 차 있지는 않는지 생각 해 보고 또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사고의 영역이 어디 까지 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올해에는 내 생각의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부러 시간을 쪼개어 여행 하는 것, 나의 주관적 사고의 틀을 잠시 벗고 아내 와 남편과 자녀들의 이야기를 마음 활짝 열고 들어 주는 일, 바쁜 가운데에도 어려운 자들을 섬기고 돕는 일 에 동참 해 보는 것, 이 모두가 참으로 귀한 삶의 공간적 요소들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사고가 진정한 기쁨 이라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경험하고 삶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안에 내가 서 있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다 자유함이 있는 공간으로 나를 들어가게 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그들을 오히려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중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단계 우리를 높여 보았으면 한다.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여행을 준비하였으면 좋겠다.그리고 우리는 여행의 동반자를 생각해 본다.

여행자들에겐 그것이 떠나는 여행이든 삶의 여정에서든 좋은 동행자가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그 여행은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많은 여행과 선교지 등을 다녀오며 같이 동행한 이들로 인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냈지만 내가 겪었던 최고의 여행은 나와 동행하신 여호와 하나님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 분께서 나와 같이 하시면서 주신 동행자의 참 의미는 지금도 나에게 생명성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도 여러 형태의 여행 계획이 있지만 나는 나와 동행하실 하나님으로 인해 벌써부터 벅차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