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송구영신 예배 말씀을 준비하던 중에 뉴저지 50대 부부가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자살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뿐 아니라 요즘들어 이민자들의 자살율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기사 내용을 보면서 같은 처지를 살아가는 목사로 이민자로 답답하고 가슴이 막혀옴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사랑하는 딸을 남기고 ‘부자 부모가 아니라서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요. 연말 연시가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위축되거나 감정적으로 변하기가 쉽습니다. 모두가 비교의식 때문이거나 패배 의식 때문이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때로는 목사인 저도 ‘지금까지 뭐해나?’ ‘왜 이러고 있나’ 이런 생각들이 밀려오면 가슴 답답할 때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이때를 잘 이기고 감당하게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예수님을 믿는 분이든 그렇지 않든, 삶에 유용하며 더욱 힘을 얻는 말씀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성경에 사도 바울만큼 험한 인생을 사신 분이 없습니다. 그분 스스로 말하기를 “이제 마지막 때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십니다. 그 마지막이 곧 죽음을 향한 길이었습니다. ‘그동안 죽을 고비를 숫하게 넘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감당했던 일을 위해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과거 당했던 일들보다 더 험악하고 어려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는 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길을 가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죽을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죽을 길인지 알지만 그 길을 가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이 곧 우리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힘은 다름아닌 ‘소명’이었습니다. 바울 선생님은 예수님이 자신의 인생을 부르신 것을 확신했고 그 이유가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그는 “내가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꼭 예수믿는 사람이나 사명 받은 사람에게만 국한 시켜 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교육학자였던 파커 팔머는 ‘소명’은 “누구나에게 있는 것인데 이것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선물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에게 이 땅위에 살아가는 동안 주어지는 것들, 가족이 있습니다. 시간이 있습니다. 건강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다른 재능이 있습니다. 지혜가 있습니다. 혹은 물질이 좀 더 풍성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나에게 주어진 대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곧 ‘소명’인 것입니다.

자녀를 얻길 위해 수 많은 인공 수정을 시도해도 얻지 못하는 부부의 모습을 봅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내게 자녀가 있다면 그것은 잘 양육하여 스스로를 지키고 사회와 가정에 유익이 되는 인물로 세우도록 허락하신 것입니다. 그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포기란 없는 것입니다. 재물을 좀더 가지고 있습니까? 내 배를 두드리기 위해서 만 사용한다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줍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까? 다른 사람을 살피고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라는 의미 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있는 것, 누리는 것에 좋은 의미를 찾아 감당하는 것이 소명입니다.

바울 사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감당하길 원합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과거와 미래를 ‘소명’이라는 렌즈로 조망했습니다. 아니 현재 감당하는 일조차 소명의 시각으로 감당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어려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본 받아야 할 모습이리란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내가 존재합니다. 어디에 존재하든지 말입니다. 그곳에 ‘소명’이 있습니다. 그 소명을 회피하지 맙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비슷한 듯 합니다만 소명을 포기하고 가는 죽음은 부끄러운 죽음입니다. 소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며, 인생의 참 모습입니다. 이 소명을 최선을 다해 감당할 때 우리의 인생은 더욱 의미있어지고, 더 넓고 더 깊은 인생의 맛들을 누리며 사는 복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2010년에는 소명을 발견하고 소명따라 후회없는 삶 사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