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부터 목사 냄새 폴폴 나는 목회자 보다는 ‘김춘기’ 라면 ‘좋은 분’이라는 말을 먼저 듣고 싶어요. 그렇다고 목사로서 자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목회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지만, 에덴스한인장로교회는 목회자가 없어도 돌아가는 교회가 되면 좋겠어요. 신앙이 좋다는 말은 제 생각에는 ‘훈훈한 인간미가 있다’는 의미거든요.”

26년 역사를 지닌 에덴스한인장로교회 김춘기 담임목사를 만났다. 한국에서 늦은 나이에 음악을 전공한 김 목사는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에 왔다. 버지니아 유니온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공부하고 컬럼비아신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친구의 부탁으로 ‘2년 정도만 목회할 생각’으로 에덴스로 왔다. 1995년 담임 전도사로 부임해 이듬해 목사안수를 맡고 위임 받은 김춘기 목사는 이후 15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한 교회만 섬기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18살에 드린 그의 서원을 ‘특별한 인도하심’으로 이렇게 이뤄가고 계셨다.


어려운 청소년 시절, 뒤 늦은 대학공부…
서원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내 생각과 달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공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교회를 갔는데 은혜를 참 많이 받았어요. 성가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갑자기 지휘를 맡기도 했어요. 24살에 처음 피아노를 배우고, 교회에서 도둑 피아노 치다가 26살에 음악대학을 들어갔으니 참 늦었죠. 사실 그 전에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했지만, 음악을 공부하고 신학을 하면서도 ‘목회’ 자체 보다는 음악 쪽이나 교수로 헌신할 생각만 하고 있었죠.”

목회할 마음이 없던 김춘기 목사는 신학을 마치고도 목사안수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중 지인의 요청으로 2년 휴학계를 내고 내려왔다. 후임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교회는 김춘기 목사의 인도로 아픔을 극복하고 안정을 찾았다.

“교회에서 급하게 잠시 와서 맡아달라고 했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혹시 하나님 인도하신다면 박사도 내려놓고 가겠다고 마음으로 기도했죠. 그런데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감동이 되고 많이 울었어요. 잘 모르는 상태인데도 성도들이 긍휼히 여겨지고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담임목회였지만 지금까지 온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십니다.”

우연히 찾아온 손님 헌금 종자돈 삼아 새 성전 건축
나무헌금에 힘에 지나도록 힘써준 성도들

에덴스한인장로교회는 UGA(University Of Georgia)에서 2마일 떨어져 있는 대학교회다. 오랜 기간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 드리면서, 자체성전에 대한 소망이 있었지만 일정기간 머물다 학위를 받아 떠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교회 형편상, 성전건축을 제안하기도 추진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돈이 뜻밖에 사람을 통해 들어왔다.

“멀리 알바니에 사시는 한 부부가 우연히 에덴스를 둘러보러 왔다 저희 교회를 방문해주셨어요. 여기 아는 사람도 없이 지나가다 들린 거에요. 당시 건축을 위해 헌금을 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돈이 어디 있습니까? 99년도에 땅은 구입해놨는데 성전건축은 추진이 미비한 형편이었죠. 근데 이 분들이 교회소식을 듣고 다음주에 다시 와서 절 보자고 하더군요. 감동이 왔다면서 20만 불을 헌금하겠다고 하셔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웃음).”

▲에덴스한인장로교회 성전

이들의 도움으로 종자돈이 마련돼 2007년 착공, 지난해 아름다운 새 성전을 봉헌했다. 건축법상 새 건물을 지을 때 일정량 이상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성도 한 명 한 명이 ‘나무헌금’을 작정해 힘에 지나도록 애썼다. 멋진 강대상도 미국인 할머니가 헌물 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아진 성전인 만큼, 에덴스한인장로교회는 한국문화학교와 함께 영어교실, 북카페 등을 만들어 지역사회 개방하고, 필요한 교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신앙의 맛’ 느끼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합니다
학부생과 함께 대학원 과정, 박사과정, 포스트닥터 과정에 있는 성도들과 교수 가정까지 에덴스한인장로교회 성도들의 90%는 학문과 관계된 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해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조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김춘기 목사는 “머리에 든 사람들에게 잔소리 하면 더 안 한다”며 “내 자신부터 자율적이고 조용하면서 따뜻하고 풍성한 목회, 삶으로 배어 나오는 신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양떼는 목자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제가 한때 율법주의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는게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남을 비판하게 되고 정죄하는 자신이 오히려 역겨웠죠. 복음서에 예수님은 종교적으로 외식하는 이들에게는 화를 내시고, 어떻게 보면 엉망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으로 다가가셨어요. 예수 믿으면서 왜 행복하고 만족하지 못할까, 주의 임재를 맛보지 못하는가 고민하면서 율법주의를 버렸어요. 이 사람들도 그래요. 신앙하는 맛, 예수 믿는 기쁨을 알게 되니 자기 들이 알아서 합니다. 큐티모임도 매일 묵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쉽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한번 움직이면 쉽게 멈출 수도 없는 법. 몇 년 전 김춘기 목사가 절기별로 이뤄지던 구역모임을 소그룹의 목장모임으로 바꾸자고 할 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늘 공부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매주 모여 모임을 가져야 한다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오히려 이들이 더 적극적이다. 말씀과 삶, 기도제목과 응답을 깊이 나누다 보니 한번 모이면 최소 2시간이 흐르는데도, 없애자고 하면 이전보다 더 큰 반발(?)이 생길 거라고 김춘기 목사는 웃으며 답했다.

광야에 길, 사막에 강
올해 에덴스한인장로교회 표어는 ‘광야에 길, 사막에 강’이었다. 김춘기 목사의 길부터 안될 일이 됐으니 기적이라 할만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학생들에게 비전을 가지라는 위로의 말이다. 어떤 이들은 어차피 떠날 학생들에게 왜 해주냐고 묻기도 하지만 김춘기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에 오면 외롭잖아요. 사람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고 하려고 교회 와요. 한국에서는 교회 근처도 안 올 사람들이죠. 다니다 보면 이슬비에 옷 젖듯이 신앙이 생기죠. 그럼 보내는 거에요. 여기서는 잘 되는 게 학위 받고 좋은 데로 가는 거잖아요. 보낼 때마다 생각합니다. 여기가 바로 선교지라고요. 한국에서 치유사역으로 유명하신 손기철 장로님도 우리 교회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고, 목사님도 6명이나 배출했어요. 작지만 큰 사명을 가진 교회죠.”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사명지각’ ‘훈훈한 인간미’ ‘행복한 삶’을 4대 비전으로 삼고 보내고 비우는 부흥의 씨앗이 전 세계 곳곳에 뿌려져 아름다운 열매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

에덴스한인장로교회는 2925 Barnett Shoals Rd. Athens GA 30605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예배 오전 9시, 오전 11시에 드리며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예배도 11시에 드려진다. 또한 www.athenschurch.org를 통해 에덴스 정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의 (706) 354-0157, (706) 340-7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