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함 목사는 올해 10월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1972년 닉슨-마오쩌둥 회담을 전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리처드 닉슨 정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오늘날의 북한 못지 않게 반미적이었던 당시 중국 마오쩌둥 정권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그래함 목사는 “나는 우리가 그들(북한)에게 동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닉슨 대통령이 약 6천 명의 자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오쩌둥 주석을 찾아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보라”며 “첫번째 방문으로는 어떤 극적인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방문은 양국 간의 벽을 허물었고, 미국은 공산주의 정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빌리그래함복음전도협회 회장이자 국제 구호단체인 사마리안의지갑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래함 목사는,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이어 작년과 올해에도 북한을 방문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는 특히 구호 물품 전달을 위해 10월 방북했을 당시에도 “미국과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더 관심을 갖기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0여년간 지속되어 온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빌리 그래함 목사 역시 1992년과 1994년 두 차례 방북해 김일성 전 주석을 면담한 바 있다. 특히 빌리 그래함 목사는 1992년 방북 당시에 미북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국과 북한 간 다리 역할을 해 왔다.

한편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이뤄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방북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첫 북미 대화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의 대결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보즈워스 특사의 이번 방북으로 미국과 북한이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미국측 요구 사항인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양측이 공통이해에 도달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