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A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프린스에비뉴교회에 위치한 에덴스한인교회 박판종 담임목사.
둘루스 한인타운에서 316 고속도로를 타고 40분 가량 달려 도착한 한적한 대학도시 에덴스에 위치한 에덴스한인교회 박판종 목사를 만났다. 매 학기 오고 가는 유학생들을 섬기고 양육해 열방을 향한 ‘평생 선교사’로 파송하고 있는 에덴스한인교회는 ‘한 사람을 변화시켜 각자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제자’로 양육하기를 힘쓰고 있다.

공들인 사람은 가고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남고…
목회는 결국 하나님의 양떼를 목양하는 일

교회가 위치한 에덴스지역 자체가 UGA(University of Georgia)를 중심으로 한 캠퍼스 타운인 만큼, 가장 먼저 캠퍼스 선교에 대해 물었다. 평균 약 200여명의 한인학생들이 유학생활을 하는데, 학부 보다는 대학원, 포스트 닥터 과정을 밟는 이들이라고 했다. 박판종 목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유학을 오기 전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많은 정보를 갖고 오기 때문에 옛날처럼 ‘밥 먹으러 와보라’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시 탐탐 어떻게 하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그는 “에덴스 정착서비스,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셀 모임, 교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할 기회를 찾습니다. 하지만 결국 목회는 하나님의 양떼를 목양하는 것이고, 준비하신 영혼을 우리에게 연결시켜 주시는 것”이라고 담백한 목회의 정의를 내렸다.

“12년 정도 캠퍼스 선교를 하면서 제가 공들이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빠져나가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남아지는 걸 봤어요. 첫 열매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죠. 지금은 교회의 든든한 일군으로 섬기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제가 전도하려던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상처를 받아 별로 신경 쓰지 못했거든요. 목양자로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생각지도 않게 보내주시더라고요.”

목회의 위기 속에 비로소 캠퍼스 선교에 헌신
박판종 목사는 아브라함의 길을 인도하신 하나님을 재차 이야기했다. 본인이 걸어온 목회의 길이 ‘약속을 따라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난 아브라함’과 비슷하기 때문일까? 박 목사는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남미선교에 비전을 품고 있던 동문의 영향으로 칠레지역 한인교회 청빙을 선뜻 수락해 떠나 건강문제로 귀국하기까지 2년 동안 한인뿐 아니라 원주민들을 섬겼다. 이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친구의 소개로 조지아 메디슨에 본사를 둔 솔(SOL) 선교회 국제선교부 선교사로 5년을 섬기게 됐고 이를 통해 조지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박사과정 수속 중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꼬이면서 하나님의 뜻이 교회를 섬기는 것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에덴스한인교회로 부임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 혹은 ‘어쩔 수 없이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판종 목사는 “놀랍도록 정확한 그분의 뜻”이라고 했다.

“부임하고 2-3년이 지나고 목회상의 위기가 찾아왔어요. 어느 정도 적응 할만 하니 교회를 섬기던 대부분의 일군들이 졸업과 함께 떠났어요. 일군들이 떠나고 그만큼 채워지지 않으면 썰렁해지는 건 시간문제죠(웃음). 캠퍼스 선교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그때서야 이 사역을 놓고 진심으로 기도하게 됐어요. 계획 없이 시작한 캠퍼스 선교…사방이 막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이 사역에 헌신했습니다. 회복되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하나님께서 사람을 더 많이 보내주시니 간단히 해결되던데요.”

한인사역 귀하게 여기는 미국교회와는 부자지간(父子之間)
“프린스에비뉴교회는 창립 당시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셨어요. 무엇보다 한국인 선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고 할까요? 미국교회는 사립 학교까지 갖춘 큰 규모로 에덴스 다운타운에 있다가 조금 떨어진 현 위치에 새로운 성전을 짓고 있으면서 여유로운 형편이 아닌데도, 늘 한국인 선교를 아껴주고 도움을 주려고 하죠. 감사한 일입니다.”

에덴스한인교회는 프린스에비뉴교회의 건물을 함께 쓴다. 건물뿐 아니라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인사역을 귀하게 여기고, 이들이 장차 지도자로 성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비전도 공유하고 있다. 이런 미국교회의 신뢰와 도움이 한인사역의 비옥한 밑거름이다. 에덴스한인교회도 교회건축을 위해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함께 기도의 손을 붙잡고 있다.

▲에덴스한인교회는 비록 수가 적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화시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서 그리스도를 전하는 '평생 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복음으로 이겨’ 보내기 위해 있는 교회
교회가 또 하나의 경쟁도구로 전락해 누가 더 많은 성도를 끌어들일 것인가를 놓고 수많은 프로그램과 세미나가 난무하는 현실 가운데 박판종 목사는 반대로 ‘많이 앉혀 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여서 뜨거운 교제를 나누고 흩어져 전도하던 초대교회처럼, 짧으면 3년 길면 4-5년을 머무르는 학생들을 전도해 주님의 일군으로 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님 없이 살던 형제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고, 그들을 하나님의 일군으로 훈련시켜 평생 사역지로 보내는 것이 우리의 꿈과 비전입니다. 처음에 만날 때는 낯선 자들이지만 이들을 ‘복음으로 이겨’ 진정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변화돼 보낼 때는 동역자가 됩니다. 처음에는 떠나지 않을 것처럼 울고 웃고 하다가 막상 보내려니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스개 소리로 ‘우리교회는 전 세계 곳곳에 브랜치가 있는 글로벌쳐치다’라고 해요. 더 큰 사랑의 원이 그려지는 거죠.”

실제, 박판종 목사가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교회를 거쳐갔던 지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짧은 만남이 아쉬워 발길을 돌리지 못했을 만큼 진한 사랑을 나눴다. 한국에서 한 자리(?) 하고 있어도, 어려웠던 유학시절 하나님을 만나게 해준 교회, 따뜻한 사랑을 나눠준 교회에 대한 향수가 이들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것이다.

가라시면 가고 오라시면 오고…목회를 즐겨라
에덴스한인교회는 홈페이지 www.athenskoreanchurch.org를 통해 특화된 에덴스정착서비스를 제공한다. 성도들이 자원해 공항픽업부터 숙소, 학교등록에 관한 문제까지 각자 분야를 나눠 섬세하고 편안하게 섬기고 있다.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이 있고, 교회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섬김을 기뻐하고 교회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영어발음교정과 영어성경공부를 제공하는 목요영어교실을 오픈하고 있다.

제자훈련의 핵심 줄기라 할 수 있는 제자훈련학교에서는 생명의 삶, 창세기, 요한복음, 로마서, 신구약개론을 공부하고 좋은 책을 선정해 책 별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제 계획과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했어요.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브라함의 길을 친히 인도하셨듯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정확한 길을 준비하고 이끌어 오셨습니다. 가라시면 가고 오라시면 오고…이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목회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평생 선교사 파송이 끊이지 않는 교회, 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교회, 짧지만 깊은 만남을 갖는 교회, 에덴스한인교회의 섬김과 제자양육을 통해 전 세계 곳곳 주의 장막이 넓혀지는 꿈을 꾸게 된다.

에덴스한인교회는 2131 Ruth Jackson Rd., Bogart GA 30622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 1부 예배는 UGA 캠퍼스 내 커넥션카페에서 오전 11시에, 2부 예배는 프린스애비뉴교회 예배실에서 오후 1시에 드리고 있다. 문의 (678) 753-3145, (706) 549-6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