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야유회

여기서는 애틀랜타 한인회 활동 중의 한 행사인 한인 야유회를 기술하겠다. 한인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인 야유회가 더욱 성대한 잔치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것은 한인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속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나타난 경향이라고 파악된다. 그래서 한인 중에는 한인 야유회가 축소되는 경향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라 주간 동남부 1996년 5월 10~16일자 신문에 게재된 권명오 칼럼을 인용하여 한인 야유회 개최의 의미를 기술하고자 한다.

화창한 봄날 시원한 공원에서 낯익은 얼굴들과 오순도순 마주 앉아 푸짐한 음식을 같이 나누며 마음껏 뛰놀고 하루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사는 맛도 절로 날 것이다.

한인회 행사 중에서 야유회를 빼놓으면 말이 안 될 정도로 야유회는 중요한 행사이다. 미국 어느 도시에서나 한인회가 탄생하였다고 하면 첫 번째 행사가 야유회이고 두 번째 행사가 송년회이다. 하인 야유회는 외국 땅에서 이민 보따리를 풀고 살면서 서로 고독과 향수를 달래고 정을 나누면서 우의를 다지기 위한 행사인 것이다. 그 때문에 한인회의 야유회는 미주 한인 사회에서 봄의 대향연이나 다름없는 큰 잔치였다.

한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한인 야유회가 해가 갈수록 단순한 연례 행사로 끝나는 것 같아서 쓸쓸하고 허전하고 아쉽다. 한인 인구는 거듭 팽창하는데 야유회에 참석하는 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되었을까? 하여튼 이해할 수 없다. 하루쯤 모두들 모여서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서로 마음을 활짝 열고 정담과 잡담을 나누며 신나게 하루를 아로새길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왜 하루쯤 야외에 모여 같이 노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들 인색하지 참으로 알 길이 없다.

손님 없는 잔치는 별 볼 일 없다는 말도 있다. 관객 없는 연극은 가치가 없다. 한인들이 참석치 않는 한인 야유회는 그 목적과 뜻이 아무리 좋아도 무가치한 것이다. 한인회 회장단과 임원진들이 아무리 잔치 준비를 잘해도 한인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 잔치는 무의미하게 끝나게 된다. 한인들이 참석해야만 빛이 나고 사람이 많아야 흥도 나고 신바람도 날 것이다. 서로 거북했던 사이라도 야외에서 만나 서로 손을 마주잡으면 모든 것이 봄눈 녹듯 풀릴 수도 있따. 또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도 나누고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욱 우의가 돈독해질 것이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필자는 해마다 한인회의 야유회 공고를 대할 때마다 이번에는 몇 명이나 모일까 하고 걱정부터 한다. 수천 명이 공원을 꽉 메우고 한인들의 함성과 함께 화합의 기쁨이 물결친다면 얼마나 멋지고 또 장관일까?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누구든 손해 볼 것이 없다. 다음 야유회는 눈 딱 감고 가족들과 함께 꼭 참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뜻깊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 다같이 멋진 한인 야유회를 만들도록 노력하자. (한인이민사 1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