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아이들 돌려보낼 수 없어 쉬지 못한 방과후 학교
루마니아 호닷에서 진행 중인 “방과후 학교” 선교사역에 대해서는 앞전의 글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방과후 학교”는 식대를 내고서 점심을 먹어야 하지만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부득이 점심을 먹을 수 없는 집시 가정의 아이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또한 학교 교육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부진한 학업과 함께 신앙으로 교육을 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루마니아의 학교는 6월 말 경에 여름 방학을 시작해서 9월 중순에 새 학기가 시작한다. 그래서 두 달 반 정도의 여름 방학 동안엔 선교센타에서 일을 하는 사역자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고 또한 새 학기를 위해서 새로이 건물을 수리 하고, 비품도 교체하는 그러한 기간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한정된 재정으로 인해서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쉬는 기간 동안에 선교비 지출이 되지 않고 다시금 선교비를 모금해서 새 학기를 시작하곤 하였다.

지금의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루마니아 정부 역시 힘들어 그동안 집시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던 사회, 복지 보조금이 줄어들고, 늦추어 지급하다보니 오직 사회, 복지 보조금에 의지해 살던 집시들은 당장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날이 새면 무작정 어린 아이들을 선교센타로 보내기가 일쑤였다.

여름 방학이 시작될 무렵 사역자들로 부터 여름 방학 동안에도 “방과후 학교”를 계속 운영했으면 한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배고픔으로 선교센타를 찾는 아이들을 다시금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사역자들 역시 자신들의 위한 여름 휴가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비록 여름 휴가를 갖지 못하더라도 선교센타에서 여름 방학 동안에도 중단 없이 “방과후 학교”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선교재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여름 방학 동안이라도 “방과후 학교”가 쉬기를 마음이었지만 사역자들의 간곡한 요청과 집시 아이들의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여름 방학 동안 “방과후 학교”를 여름 방학 시작과 함께 급식 사역을 중단 없이 계속 운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결정을 해서 운영을 한 “방과후 학교”는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계속되었고 9월이 들어서면서 보름 정도 쉼을 갖게 되었다. 사역자들은 약 보름 기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쉼을 갖고서 9월 두 번째 월요일(14일)에 다시금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방과후 학교”가 새로이 시작되었다.

▲루마니아 호닷 선교센타에서 집시 아이들, 그곳 사역자 이보야 아줌마, 그리고 헝가리 집시선교 사역자들과 함께
“초이 바치! 게쎄넴”고사리 손으로 꺽은 들꽃다발
9월 15일, 개학 후 첫 날, 아내인 안나 선교사, 집시 지도자 자매들인 이봐, 아랑카 자매 등 함께 맛이 좋기로 소문 난 토카이산 포도를 자동차에 싣고서 루마니아의 사역자들과 집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일찍 출발하였다. 그러나 약 3시간이 넘는 거리인데다 루마니아 국경에서 출입국 신고 등을 마치고 서둘러 선교센타가 있는 호닷에 이르렀지만 그곳 시간으로는 오후 1시(헝가리 시간은 정오 12시)가 넘었다.

점심을 마치고 오후반 수업을 위해 오전에 선교센타에 와서 점심을 먹고 학교로 출발을 하려던 아이들이 약 25명 정도가 헝가리 집시선교 사역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 도착을 하자마자 아이들의 손에는 들에서 꺾은 들꽃으로 만든 참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을 우리에게 전해주면서 “초이 바치! 게쎄넴” (즉 헝가리 말로 최이 삼촌! 감사합니다)하고 우리 품안으로 안겨 드는데 가슴이 뭉클해 오며 눈물이 핑 돈다.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주방으로 가보니 늘 정겨운 이보야 아줌마, 일디 사역자가 우리를 기쁨으로 반긴다. 언제 만나도 보고 싶고 그리운 우리 사역자들이다. 잠시 후 이보야 아줌마가 무엇인가 우리 앞에 내놓는 것이 아닌가. 여름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할 때에 집시 아이들이 산에서 따온 산딸기를 이보야, 일디가 달큼한 시럽으로 만들어 우리한테 선물로 내놓은 것이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 떠오르는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야산에 가서 산딸기를 땄을 아이들의 모습과 따온 산딸기를 시럽으로 만들기 위에 주방에서 꼬박 하루를 서서 일했을 것을 알기에 쉽게 받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하며 더 좋은 것으로 선물을 해야 하는데 부끄럽다고 까지 한다.

우리도 무엇이든지 있으면 거리는 멀어도 늘 우리 사역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나누곤 했지만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저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사랑을 가르쳐 주었기에 감사하고 기쁠 뿐이다.

▲집시 선교 지도자 자매들이 준비해간 초콜릿을 집시 아이들과 나누는 모습.
그 분이 시작하신 일이기에 오직 기도와 순종으로
선교사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심부름을 대신 했을 뿐인데 부족한 우리가 이런 영광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듯이 센타를 찾는 아이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내놓는 일, 뒤떨어진 학업을 위해 비지땀을 흘린 우리 사역자들이 받아야할 사랑인 것이다.

사역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현재 루마니아 경제, 호닷 마을의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지금보다 내년의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소식과 함께 세계 경제 역시 어려워 선교비 모금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아 걱정을 하는 사역자들에게 호닷의 “방과후 학교” 사역은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시작하였기에 우리는 기도의 무릎을 놓지 않고 순종하며 나아가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것이라고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닷 선교센타에서 신학기를 맞이하여 “방과후 학교” 사역의 시작과 함께 사역자들을 위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손에는 집시 아이들이 전해 준 들꽃 묶음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산딸기 시럽이 들려있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집시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선물이 오늘 우리에게 가장 귀한 선물이 되었다.

Rev. Choi, Young & Anna (최 영 & 양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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