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어린이가 정식 찬양팀으로 찬양하는 곳?
9살 어린이부터 대학생 청년들이 함께 찬양하는 곳, 힐송처럼 되는 것이 비전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곳, 한참 예민한 사춘기에 이민 와 언어장벽과 문화충격으로 힘들어 할 때 만난 친구들이 좋아 온다는 곳, ‘찬양 하다 보면 은혜라고 할까요? 마음이 울컥한 게 올라와서 좋아요’라고 수줍게 대답하는 곳….바로 창대교회(담임 박익준 목사) 야베스찬양팀(리더 이성준 형제)이다.

기자는 지난 금요일, 해밀톤에 위치한 창대교회를 찾았다. 얼마 전 첫 번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야베스찬양팀을 소개받아 리더인 이성준 형제에게 연락하자 그는 흔쾌히 ‘꼭 한번 와서 보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약속을 한번 미루자 실망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다른 애들한테 다 이야기 해놨는데…어쩔 수 없죠”라는 이번에는 다음에는 꼭 가겠다고 단단히 약속하고 찾아간 것이다.

85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와 120번 출구를 나가 두어 번 꺾어 찾아간 시간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막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드넓은 마당을 가진 집들을 두리번거리던 기자는 ‘주소대로 왔는데 여기가 맞나?’라는 의구심에 박익준 담임목사님께 전화를 걸면서 눈을 크게 떠 봤다.

“아 목사님, 제가 주소대로 왔는데요 여기 왜 아무도 없죠? 그냥 집인 것 같은데요?”
“네 거기가 맞습니다. 거기서…”
“아! 목사님 저 뒤에 건물 맞나요? 이제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맞아요. 저는 좀 늦을 것 같습니다.”

박 목사님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기자의 시선은 벌써 뒤쪽 예배당 창문으로 보이는 찬양팀의 모습에 꽂혀 발걸음으로 재촉하고 있었다. ‘7시까지 온다고 했는데 20분이나 늦었네…’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는데, 찬양팀원들은 마이크에 대고 “안녕하세요~!”외친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 보여 어색한 인사를 한 후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인터뷰 이후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라고 요청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쾌한 포즈를 취해준 야베스찬양팀.

야베스찬양팀을 보면서 놀란 것 네 가지.

먼저, 작은 여자아이가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었다. 혹시 얘도 찬양팀인가라는 생각에 물어보니 당당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맑은 미성으로 찬양을 하던 박하영 어린이는 “찬양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돼요. 공부할 시간에 나와서 (연습)하면서 교회 끝나고 공부하면 더 좋아요. 나중에 소향 언니 같은 CCM 가수가 될 거에요. 아 저는 태어날 때부터 예수님 믿었어요”라는 하영이는 오늘이 바로 9살 생일이란다. 연습을 빨리 끝내고 생일파티 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때 아닌 불청객이 찾아와 싫어할 법도 한데 모든 질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답 했다. 나중에 오빠가 말릴 정도.

두 번째, 모든 대화가 한국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리더와 총무인 대학생 두 명을 빼고는 모두 중, 고등학생들인데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콘티를 짜고 연습을 했다. 배선주, 배수영 자매는 1년 반 전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로 아직 한국어가 더 익숙한 사춘기 소녀들이다. 부모님을 따라 왔지만 영어가 힘들고, 친구도 없어 낙심하고 있을 때 야베스찬양팀을 만나 친구도 사귀고 찬양도 하면서 이전에 없던 자신감과 담대함을 얻게 됐다고 환하게 웃는다.

세 번째, 찬양팀 멤버들이 다양한 교회에서 온다.
리더인 이성준 형제는 샘물교회(담임 함종협 목사)를 출석하고, 보컬인 임화평 자매는 해밀톤연합감리교회(담임 홍연표 목사)에 출석한다고 했다. 10여명 가운데 50%는 타교회에서 왔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지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바쁜 부모님은 여전히 일터에 계시고 집에서 오후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야 한다. 멤버들 중에서는 그렇게 혼자 지내다가 학교 친구의 권유로, 소문을 듣고 야베스찬양팀에 합류하게 된 경우가 많다.

최어진 자매는 “같이 연습하고 즐기면서 친해지고 서로 도우면서 신앙을 쌓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박지용 형제도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찬양팀 한지는 얼마 안됐어요. 내 자신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고,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지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이들의 열정과 순수한 사랑이 전도에 쓰이고 있다.
야베스찬양팀은 거의 매 주 토요일, 스와니 아씨마트에서 전도하는 데 찬양으로 섬기고 있다. 앞으로는 월마트에서도 전도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임화평 자매는 “처음에는 좀 창피했는데, 하다 보면 기쁘고, 남들도 신경 안 쓰게 되요. 끝나면 더 하고 싶을 정도에요. 인도사람들이나 다른 아시안들이 멀리서부터 저희가 찬양하는걸 보면서 오면, 더 기뻐서 박수 치면서 열정적으로 하게 되요. 어떤 분들은 주스도 사주시고, 헌금도 해주시고요”라며, 기자에게도 꼭 한번 와보시라고 권했다.

야베스찬양팀은 매주 금요일 연습을 마친 후 담임 목사님의 인도로 성경공부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한다. 혹시 한창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 교회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시냐고 우문(愚問)하니 “오히려 부모님들이 좋아하세요. 샘물교회 공연도 첫 번째 공연을 보신 제(이성준 형제) 부모님께서 감동하셔서 연결해주셨죠. 부흥회 하는데 프레이즈 나잇을 해달라고요”라는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기뻐한 친구는 생일파티를 손꼽아 기다린 하영이 였다. ‘식사 하시고 가세요’ 붙잡는 걸 보고, 늦은 시간이라 당연히 식사를 하고 연습했겠지 생각한 것이 미안했다.

미래 교회의 주역, 어른들의 사랑 속에 자라나야
마지막으로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마치려고 한다. ‘미래 미주한인교회의 미래는 누구인가? 차세대 리더는 어디에서 오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보나마나 ‘청소년’이다. 하지만 미주한인교회에서는 과연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기자 본인부터 다른 취재에 밀려 인터뷰를 너무 쉽게(?) 미뤄버렸기 때문에 할말은 없다.

찬양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 한 게 올라와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아이들…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하나님을 향한 사랑, 그리고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마음 그 깊은 곳에 새겨진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 우리 어른들이 이 아이들의 믿음을 지켜주고 세워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새기며 어두워진 고속도로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