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일본하면 워크맨을 연상했지만, 이제는 일본=유니클로가 일본사람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의류회사이름입니다. 일본국민 유니폼의 신화를 창조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옷장수로 일본의 최고부자가 된 사람입니다. 일본의 21세기는 2000년 한 해 동안 무려 2600만 벌이 팔려나간 유니클로의 플리스(Fleece-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양털처럼 부드러운 섬유) 선풍에서 시작됐습니다. 21세기 첫 10년은 작년 한 해 2800만 벌이 팔려나간 유니클로의 속옷 ‘히트테크(Heattech)’ 선풍으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유니클로는 그야말로 ‘국민 유니폼’이 된 것입니다. 미국 포브스지는 2009년 일본의 최고부자로 그를 꼽았습니다.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바닥이 무너진 허름한 펜슬빌딩(좁은 땅에 연필처럼 얇게 지어진 건물)에서 시작한 옷장사가 일본 최고 부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사양 산업이 첨단 산업을 제치고 알짜 산업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사양 산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양화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면서 사양 산업이니까 안 된다고 그 일을 비하하는 사양화된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장사든 새로운 산업을 만들겠다는 미래의 희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도 일본도 아무것도 없는 폐허에서 일어난 나라입니다. 일본은 2차 대전, 한국은 6.25전쟁으로 완전 폐허가 되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수준이나 기술수준, 경제수준이 누구나 글로벌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아주 특이한 기업입니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작년 10월 이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되어 하강하던 일본경제 상황과 정반대 그래프를 그린 것입니다.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1월에는 매출액이 무려 32%가 늘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유니클로를 보고 ‘단 한 명의 승자’라고 격찬했습니다. 불황에는 비싼 것보다는 가격이 낮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니클로도 저렴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저렴하기만 하면 뜨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염가의류업체가 침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달랐습니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현재화(분명히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라는 말이 있습니다. 잠재수요를 현실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손님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여 기업이 먼저 손님에게 ‘혹시 이런 것을 요구하시지 않나요? 우리가 제공해 보겠습니다.’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손님이 광고를 보거나 매장에서 ‘그래, 내가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었어.’라고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유니클로는 바로 이점에 충실했던 것입니다.

2000년 2600만 장이 팔려나간 ‘플리스(Fleece)'선풍이 좋은 예입니다. 플리스 상품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단지 등산하는 사람, 윈터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 일부가 아는 상품이었으나 이것을 겨울용 평상복으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판매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발상 전환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플리스를 등산 전문점이나 아웃도어 전문점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패션 매장에서 파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겼으나, 진짜 시장은 등산 수요가 아니라 일반수요라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진짜가치를 발견했고, 진짜수요를 개발했던 것입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나 다니던 밭이었으나 그 속에 숨겨진 보화를 발견한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을 뒤집어 상식 속에 숨겨져 있던 가치와 수요를 찾아낸 것이 불황속에서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1승 9패를 말합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연전연승하기를 원합니다. 연전연승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이기는 순간은 알아도, 지는 순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중단되면 지는 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업이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서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가가치이고 장사의 사회적 공헌입니다. 진짜 장사에서 성공하려면 9번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1승9패의 상황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손님의 요구에 맞는 업체와 상품, 매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니클로가 거둔 1승은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 유니클로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그런 소비자 인식을 거둔 것입니다. 이것은 유니클로 뿐 아니라 누구나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은 실패를 통하여 결국에는 소비자로부터 없어서는 안 되는 기업으로, 또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만큼 큰 성공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성공은 하나님께도, 사람에게도 유익한 존재,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