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신비입니다. 아직 풀리지 아니한 비밀이 많다는 것입니다. 흔히 인생의 해답을 다 알고 나면 그때 행복이 찾아오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부분을 남겨두는 것이 행복의 비결입니다. 인생의 신비가 다 풀리고 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인간관계만 보아도 그러합니다.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나면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매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여자들이 자신의 매력을 지키는 비결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약간의 신비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내숭을 떨고 수줍은 척 합니다. 개미 한 마리만 지나가도 깜짝 놀라고 차 한 잔을 마셔도 조심스럽게 홀짝거립니다. 그게 다 신비감을 유지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그러나 결혼해서 아이 몇 만 낳아보십시오. 바퀴벌레를 손으로 두들겨 잡고 물은 대접 채로 마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여성의 신비감은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 속에 남겨진 신비는 축복일 수 있습니다. 아직 다 풀리지 아니한 숙제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뜻을 향한 탐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곳곳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펼쳐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선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깨끗한 양심의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며, 악한 자들이 얄밉도록 잘 사는 부조리한 현실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 모순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 우리가 그토록 찾기 원하던 보화가 숨겨져 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1915년 미 중부의 한 중류가정에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는 3살 때까지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다만 느끼고 만지는 감각을 통해서만 사물을 판단했습니다. 이런 불행한 조건 속에서 자랐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을 계발한 나머지 미국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그 학교에서 20년간 교수를 했으며, 나중에 영국의 옥스포드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가르치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1950년대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을 처음으로 소개해서 심리학계를 흔들어 놓았던 제롬 브루너(Jerome Bruner)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만일 그가 어렸을 때 시각장애가 없었더라면 인간의 인지과정(cognitive mechanism)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최악의 조건이 오히려 인간 내면의 깊은 부분을 깨닫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인생의 메카니즘은 신비롭습니다. 이 신비 속에서 감추어진 하나님의 보화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 신앙인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행복의 지름길을 찾겠다는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주어진 문제 속에서 하나님의 비밀을 찾아가는 기쁨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