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명과 의약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평균 수명 연장'이라는 혜택을 갖다 주었다. 한국은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7%를 넘어 UN이 정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오래다. 그에 반해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단어들은 치열한 경쟁 가운데 정년이 짧아졌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은퇴 후의 삶, 보람있고 값지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특히나 크리스천이라면 '복음의 빚을 조금이라고 갚고 싶다'고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없는 틈을 쪼개서 단기 선교도 가고, 선교 헌금도 드려봤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부담감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실버가 됐다면 실버 선교에 도전해보자.

사실 퇴직 후 가정에서 평생토록 수고한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고 몇 달 휴식을 취하다 보면 '나는 이제 아무 쓸모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러다보면 쉬이 늙어진다. 하지만 실버들은 신앙에 있어서 깊은 연륜과 이민 생활을 통해 다져온 경험으로 어딜 가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력도 갖고 있다. 이런 무한한 잠재력을 그냥 썩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타주에는 실버미션펠로십, 실버선교훈련원, 로엠의 집 등의 실버선교기관이 있지만 워싱턴 주에는 없다. 하지만 시애틀형제교회에서 실버미션 사역을 펼치고 있고 시애틀연합장로교회에서 은퇴 의사들이 단기 선교를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시애틀형제교회는 실버 선교사 파송식을 가졌다. 이종헌 집사가 동아시아 선교사로 헌신한 것이다. 비록 3개월 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애틀형제교회는 지난 해부터 김형 장로가 실버 미션 사역을 시작했다. 현지 선교사와 통역자와 함께 한 팀을 이루어 사역하고 있는 형제교회 실버 미션 사역은 3개월을 한 주기로 삼고 있으며 2인 1조를 한 팀으로 파송하고 있다. YWAM의 EDTS, 인터콥, 미션퍼스펙티브 등의 선교 세미나를 수료한 자라야 선교사로 지원할 수 있다. 모든 경비는 헌신자의 자비량으로 충당되며 항공료는 1인당 1,200불, 생활비는 2인 기준으로 매달 1,200불이 든다. 소속 교회에 관계 없이 실버 선교에 뜻을 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실버들이 선교사로서 가진 장점이 너무도 많아 시작하게 됐다"는 김 장로는 "노년층은 각 지역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막강한 선교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 장로는 "비즈니스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함께 복음을 전하고 있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선교지를 다녀온 남해진 집사는 "선교 팀들이 다져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며 "선교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미주 한인들은 한국인보다 더 환영받고 있다"며 "선교 해야 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애틀연합장로교회는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인 단기 선교팀이 조직돼 있다. 의술은 어느 선교지에서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들은 시애틀연합장로교회가 단기 선교를 떠날 때 같이 떠난다. 평소에는 주일 예배 후 모임을 갖고 있으며 단기 선교 전에는 선교 세미나를 통해 교육을 받는다. 시애틀연합장로교회는 올 11월 멕시코로 단기 선교를 떠난다. 시애틀연합장로교회의 실버들은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