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사회 곳곳에서 뛰고 있는 우수한 2세들이 많습니다. 더 많은 한인 2세 인재를 양성하자면 한국에서 보다 많은 선교사들이 미국에 와야 합니다."

미국에서 30여년을 살다가 지난 2005년도 한국 합동 총회에서 선교사 임명을 받은 전영길 선교사는 경력이 특이하다. 오지로 오랫동안 선교를 떠나 본 경험도 없고, 기독교 신자가 많은 미국 땅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단기선교'를 통해 한인 2세들을 낚고 있다.

전영길 선교사가 단기선교를 선교의 도구로 이용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접 자녀들을 키운 경험의 산물이다. 사실 그도 여느 부모처럼 자녀 교육 때문에 골머리가 빠졌다. 의사 소통은 문제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는 자녀의 미국적인 정서와 충돌을 일으켰다.

"대학생 시절에 미국에 와서 유대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미국을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미국 문화,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식을 교육하다보니 한국식으로 가르치고 있더군요.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하라'고만 강요하니까 안되더라고요."

고집대로 교육시키다 보니, 하면 할수록 자식이 비뚤어지는 것을 보게 됐다. '이런 방법으로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지식 교육은 물론, 신앙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성경을 보라', '기도하라', '영적 일기를 쓰라'고 말해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성경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하라는 대로 안해서 매도 쓰고 혼도 냈어요. 어느날 아들이 '왜 아빠는 화만 내느냐'고 하더군요. 정신이 났죠. 그 때부터 제가 먼저 바뀌었어요. 자녀들은 말하지 않아도 부모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어요. 당장 실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모가 기도하고 성경을 붙드는 모습을 볼 때 그것이 씨앗이 됩니다."

큰 아들 아놀드가 대학에 갔을 때도 전 전도사는 매주 아들 학교와 집 사이 왕복 140마일을 달렸다. 부모와 자녀 간의 영적인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자녀가 신앙의 친구들과 계속 교제하고, 신앙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직접 단기선교를 나가도록 교육했다.

"아이의 신앙을 성숙케 하기 위해 시작했어요. 자비량으로 단기선교 가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같이 야드 세일도 하고, 세차도 하면서 더 친해졌어요. 무엇을 하든 매년 선교는 꼭 다녀오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단기선교를 좋은 교육의 도구로 꼽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영적으로 강한 도전을 받는다는 점이다. 풍요로운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자람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대체로 단기선교를 가는 곳들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곳들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뜨겁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적으로 도전 받는다. 단기선교 후 생활이 검소해지고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덤이다. 또한 가는 곳마다 한인 선교사를 보고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어딜 가든 현지 한인 선교사를 찾아갑니다. 한인 선교사가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고 영적으로 현지인들을 이끄는 것을 보면서 자부심을 갖게 되죠. 그래서 단기선교활동 중에 자연스럽게 한인으로서 정체성도 기르고 옵니다."

전 선교사는 이제 매년 한인 2세를 데리고 단기선교를 떠난다. 그리고 꼭 한국을 거쳐 며칠 간 한국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는 한인 2세를 위해 한국에서 보다 많은 선교사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2세들에게 한국 뿌리를 가르치고, 실제로 영적인 뿌리 역할을 해줄 사람은 한국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0/40창, 오지에만 선교할 것이 아니라 2세도 선교해야죠. 젊은 선교사, 영어 잘하는 1세가 2세들에게 뿌리를 가르치고 영적 근간을 잡아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