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이 스며드는 오후 LA 두란노 서원에서 남가주 교계 원로 목회자로 지금까지 활발히 사역하고 있는 박희민 목사를 만났다. 오랜 목회를 통해 그가 얻은 깨달음을 후배 목회자와 크리스천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들었다.

박 목사는 은퇴이후로도 왕성한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활동 영역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미주 장신대 이사장으로 미주 장신대 이전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쥐띠인데 일복이 참 많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많은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 은퇴이후 오히려 교파를 초월해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교회가 연합사역을 할 때 교회가 라이벌 의식이 있어 견제할 수도 있지만 일선에서 벗어나니 네트윅을 짜는 등 연합사역에 촛점을 맞춰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벌 의식은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에게 발전을 주고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목회윤리가 무너질 수 있죠. 이민교회가 수평이동이 많잖아요. 그래서 목회자가 교인 때문에 맘 상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결국 연합사역을 큰 그림으로 봐야 합니다. 목회의 밑그림을 그려 협력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나성영락교회 은퇴 목사로서 갖고 계신 추억과 나성영락교회 성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성영락교회는 35년째 분열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분열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면에서 영락교회는 하나된 교회, 전통이 있는 교회예요. 전통이 있는 교회는 변화에 약한 부분도 있는데 제가 목회 할 때 변화를 위한 훈련을 많이 했죠. 그래서 영락교회 사명은 신앙과 심김의 본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전체 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목회 당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사역하셨고, 지금 생각해볼 때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목회 비전은 에수님을 닮은 크리스천을 양육해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고 세계선교에 힘쓰는 교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민교회에 한국의 대형교회 강사가 오면 기가 죽는 모습이 다소 있었죠. 그래서 저는 ‘기죽지 말라. 100명 미만의 목회를 하더라도 사도 바울 같은 훌륭한 리더를 키우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죠. 마찬가지로 훌륭한 1명의 목회자, 언론인, 예술인, 운동선수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16년간 예수님을 닮은 성도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생각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특히 2세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장학 운동을 펼쳤는데 교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목회 현장을 보실 때와 비교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계가 무질서한 모습이 종종 있는데 어떤 자세가 필요합니까.
독불장군식의 리더는 많은 성도가 원치 않습니다. 예전에는 거인 같은 리더십이 중요했죠. 그러나 이제는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도 마찬가지로 목회자가 나서서 서로를 섬기고 하나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더는 기도해야 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아닌 낙관적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성하는 맘으로 교회가 앞장서 기도운동, 회개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목사는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목회자가 사역할 때 조심해야 할 것과 선배 목회자로서 후배 목회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예수님 눈과 마음을 가져야죠. 목회자도 사람이다 보니 성장할 때 교만해질수 있거든요. 자기와 싸움이 힘든것입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성장주의’를 조심해야 합니다. 성장주의에서 자유함을 누리는 목회자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하나님 앞에 설 때 성공한 목회자보다 진실하고 신실한 목회였다’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하나님 방법은 십자가의 길인데 자기 능력보다 십자가의 정신으로 나가야 겠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목회자뿐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야할 지에 대해 권면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몇년 전 러시아 선교대회에 갔을 때 주강사로 김명혁 박사 등과 밤늦게까지 인생에 있어 깊은 대화를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위대한 신학자, 탁월한 설교가를 꿈꿨는데 인생의 60을 넘고 보니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고... 신학은 동이고 설교는 은이고 삶이 금이였어요. 한국교회가 신학, 선교가 없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죠. 말씀대로 삶을 살지 못해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요. 기독교 인생관은 나그네 삶이라는 것입니다. 나그네는 언제든 떠날수 있으니 현실에 집착하지 않죠. 둘째는 인생을 나누는 것입니다. 셋째는 버리는 것이죠. 죽을때 버려야 하는데 그전에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버리면 기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위대한 삶을 살아간 테레사 수녀, 한경직 목사, 장기려 박사는 이런 비움의 삶을 사신 분이죠. 그렇기에 무엇보다 크리스천은 말씀으로 깨어서 주님의 때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