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상당수가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한 대학들이다. 이는 구한말 무너진 국가를 대신해서 기독교가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지도자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선교사들의 도움과 교인들의 헌금으로 학교를 세운 헌신의 열매이다. 기독교 대학들은 대부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지도자 육성"을 교육의 기본이념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대학과는 다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열린 예배로 불리는 '채플'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하여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이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독교를 적으로 간주하고 사사건건 기독교 공격을 일삼는 안티기독교 세력들은 '인권', '종교의 자유', '교육의 공공성' 등을 내세워 기독교 교육의 핵심인 채플을 없애기 위해 끈질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1998년 대법원과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채플이 학생들의 종교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변해온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뒤집는 '권고'를 최근 반복해서 내리고 있다.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그 허구성을 짚어본다. 

■ 대법원판결⋅헌법재판소결정 : 기독교대학 학생들의 졸업요건에서 채플학점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96다37268 판결) / 졸업요건으로 채플학점을 요구하는 대학에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사례(헌법재판소 2007헌마214 결정) 

▪ 사안의 개요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숭실대학의 학사내규에 의하면 모든 학생은 6학기 이상 대학예배(채플)를 의무적으로 이수하여야 하고 미이수자는 졸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 대학의 채플은 목사에 의한 예배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학생들에 대하여도 예배시간의 참석만을 졸업의 요건으로 할 뿐 그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학측이 졸업에 필요한 150학점을 초과하여 취득하였지만 채플을 4학기만 이수한 학생에게 학위수여를 거부하자, 이 학생이 숭실대학을 상대로 학위수여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교육부장관에게 그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 판결⋅결정의 요지 

[1]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의 자유의 내용으로서 종교교육 내지는 종교선전을 할 수 있고, 학교는 인적·물적 시설을 포함한 교육시설로써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본질로 하며, 특히 대학은 헌법상 자치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사립대학은 교육시설의 질서를 유지하고 재학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률상 금지된 것이 아니면 학사관리, 입학 및 졸업에 관한 사항이나 학교시설의 이용에 관한 사항 등을 학칙 등으로 제정할 수 있다. 

또한 교육법시행령은 학칙을 학교의 설립인가신청에 필요한 서류의 하나로 규정하고, 학칙에서 기재하여야 할 사항으로 '교과와 수업일수에 관한 사항', '고사(또는 시험)와 과정수료에 관한 사항', '입학·편입학·퇴학·전학·휴학·수료·졸업과 상벌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립대학은 종교교육 내지 종교선전을 위하여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한 내용의 종교교육을 받을 것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 

[2] 대학예배와 종교의 자유 침해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이 학칙으로 대학예배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경우, 이 대학교의 대학예배는 목사에 의한 예배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학생들에 대하여도 예배시간의 참석만을 졸업의 요건으로 할 뿐 그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는 않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대학교의 예배는 복음전도나 종교인 양성에 직접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학예배에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위 대학교의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무효의 학칙이 아니다. 

[3] 시정조치 미이행 

고등교육법은 교육부장관에게 교육관계 법령 위반이라고 인정되는 학칙이나 학교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것인지를 결정할 재량권을 주고 있는바, 교육부장관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채플학점을 졸업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숭실대학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 기독교 대학의 채플 참석 강요로 인해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하여 해당 대학 총장에게 대체과목 개설을 권고한 사례(20진정 0211800 결정, 22진정 0211700 결정) 

[1] 대학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의 종교자유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는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나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두 기본권의 실체적인 조화를 꾀한 해석이 필요하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라도 그것이 학교나 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한 경우에는 교육관계법의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와 헌법 제31조 제1항의 교육받을 권리의 본질적 부분을 무시한 무제한적인 권리가 될 수 없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할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종립학교가 공교육 체계에 편입된 이상, 원칙적으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속에서 그런 자유는 누린다고 할 것이다(대광고 사건 대법원판결 참조). 

[2] 채플교육 내용과 동의여부 

종교교육은 크게 교양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지식 교육과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나누어진다. 교양과목으로서의 종교지식 교육은 공사립을 불문하고 그 교육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필수과목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기본권침해 여부는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은, 정교분리 원칙을 선언한 우리 헌법체제 하의 국·공립학교에선 불가하고, 사립대학에서도 원칙적으로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학생이 학교가 가르치는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그종교를 신앙하지 않는 경우에도, 종파교육을 사실상 강제한다면, 학생의 종교의 자유(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 자유)는 본질적으로 침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채플수업 내용을 보면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특정 기독교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어,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대학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채플 수업 참여 여부에 학생들의 개별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학교선택권과 종교교육 동의의 추정여부 

학생이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했다면 종파교육적 성격이 강한 종교교육이라도 학생의 동의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배정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립고교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일응 보장되는 사립대학 간의 종교교육에서의 학생 동의의 판단은 차이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종립사립대학의 입학 자체를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학생들의 의사표시(종파교육에 대한 동의)로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우리 대학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는 현실과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립대학의 입학이 곧 그 대학이 실시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무조건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긴 어렵다. 

이 사건 대학 측은 학생들이 입학 시 학칙 준수의 선서 등을 한 것을 채플 교육에 대한 동의의 하나로 보는 듯하지만, 모든 전공학과가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치위생학과, 물리치료과 등 종파교육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일반학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해석은 무리하다. 종교인 양성 목적의 교육을 하지 않는 대학이, 종교교육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선서만을 가지고 학생들이 어떤 내용의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 

[4] 학생의 수인의무와 채플 수업의 대체가능성 여부 

종립사립대학은 건학이념에 맞춰 교과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종교교육을 할 수 있으므로, 그 학교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은, 상당한 정도 종파교육을 받는 것에, 일정한 수인의무가 있다는 주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립대학이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하고 교육관계법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선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를 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립종립대학의 종교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길은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하는 경우엔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그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학은 채플 수업을 필수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졸업요건으로 하였을 뿐, 그 거부권을 인정하거나 채플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어떤 과목도 개설한 바 없어, 비신앙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 위해선 채플 참석을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였다. 

[5] 소결 

이상과 같이 이 대학이 종교적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채플을 필수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그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면서도, 학생들의 동의권(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어떠한 대체과목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및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학생 개인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은 헌법 제31조 제1항이 보장하는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