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호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조교수, 종교철학/과학신학)
장재호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조교수, 종교철학/과학신학)

Ⅰ. 서론

인공지능의 등장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영화의 소재로 종종 사용되기는 했어도 실제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2016년 알파고(AlphaGo)의 등장으로 대중들은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갖게 시작했다. 그런데 2022년 11월 30일에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사람들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출시된 지 5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었고, 2달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그동안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 가입 기록을 갈아치웠다.

Chat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ChatGPT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전의 인공지능 서비스와는 달리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묻는 질문에 답변만 할 뿐, 이전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인간처럼 이전의 대화를 기억하며 대화를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ChatGPT는 주어진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다음 단어를 수많은 매개 변수 가운데 선택해서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아직 학자들도 ChatGPT가 왜 다른 단어가 아닌 그 단어를 배열해서 해당 문장을 만들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무료로 공개한 ChatGPT-3.5 버전은 1,750억 개의 매개 변수 중에서 가장 연관성이 높은 확률의 단어를 선택해 문장을 구성해 준다. 운영사인 오픈AI는 ChatGPT-3.5 버전을 공개한 지 4개월도 되지 않는 2023년 3월 14일에 GPT-4 버전을 공개했는데, 이전 버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매개 변수를 사용해 훨씬 더 답변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등 주요 시험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둬, 표준화된 시험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또한 GPT-4 버전은 한국어로 검색을 해도 상당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이제는 문자로 한정된 대화를 벗어나 그림을 인식하는 '눈'도 갖게 되었다.

ChatGPT의 등장은 목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ChatGPT를 이용해 누구라도 '설교'를 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었으며(물론 설교가 신학적 정보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학에 관한 정보들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계속해서 발전하면, 목회자가 현재 해 오던 일의 상당수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독교는 시대와 소통을 할 때에 계속해서 영향력 있는 종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ChatGPT가 불러온 여러 현상들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 문명은 목회자들의 목회 활동에 실제적인 유익을 주는 동시에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설교가 무엇인지, 목회 활동이 무엇인지, 목회자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또한 인공지능을 목회에 적절히 활용하려면 주의해야 할 윤리적 기준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 필자는 인공지능의 목회적 활용에 제기되는 여러신학적 담론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Ⅱ장에서는 ChatGPT가 목회 현장에 미칠 영향을 목회자의 관점, 교인의 관점, 신학대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Ⅲ장에서는 ChatGPT를 활용할 경우에 제기되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들을 설교와 신앙 지도의 측면에서 살펴본 후에,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윤리적 측면을 자세히 논할 것이다. Ⅳ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야기할 미래의 목회와 그에 대한 신학적 담론들에 대해 고찰해 볼 것이다.

Ⅱ. ChatGPT가 목회 현장에 미칠 영향

ChatGPT를 포함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앞으로의 목회 현장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ChatGPT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많은 목회자들이 이를 설교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023년 4월 4일에 "ChatGPT에 대한 목회자의 인식과 사용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했다.4) 이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79%가 ChatGPT에 대해 알고 있으며, 47%가 이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47%의 사용 경험이라는 조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일반인들의 ChatGPT 사용 경험(36%)보다 높은 수치로, 목회자가 일반인에 비해 ChatGPT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49세 이하의 목회자는 54%가 ChatGPT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절반을 넘겼으며, 나이가 적을수록 이용률이 높았고, 담임목사보다는 부담임목사가 이용률이 높았다. 또한 ChatGPT 사용 목회자의 81%가 ChatGPT의 대답에 신뢰한다고 답했고, 사용 목회자의 42%가 목회나 설교에 ChatGPT를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ChatGPT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처럼 많은 목회자가 자신의 목회 활동을 위해 ChatGPT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이 놀라운 일이다. 또한 ChatGPT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출시할 경우, 이용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ChatGPT의 활용이 목회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사귐과 섬김 코디연구소'와 '국민일보'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2022년 8월에 조사한 "개신교인의 교회 인식 조사"에 따르면, 다른 교회로 옮길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교인이 33%이고, 이중 "설교가 은혜가 안 돼서"가 3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목회자의 비도덕적 모습"은 18%를 기록한 것을 보면, 교인들은 교회를 선택함에 있어서 목회자의 설교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설교의 자료 준비와 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ChatGPT는 목회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ChatGPT는 목회자들의 설교 준비뿐만 아니라 교인들의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인들은 ChatGPT를 통해 자신들이 궁금했던 신학적·신앙적 질문들을 아무 때나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16세기의 종교개혁이 사제의 특권이 없애고 '성경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면, ChatGPT는 누구에게나 신학적 이슈에 대해 쉽게 답변을 얻게 함으로써 '신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hatGPT의 등장으로 교인들도 신학적 훈련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 목회자를 도와 전문적인 사역자로 동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ChatGPT는 대학의 교육 현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앞으로는 신학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들의 구조와 기능이 변경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학생 수의 감소와 교수 역할의 변화, 산업 생태계의 변화로 대학 교육이 필요한지, 대학 학위는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학문적 내용들은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다. 앞으로는 상당수 대학들이 사라질 것이고, 남은 대학들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5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 이현청은 다음의 10대 혁신 전략을 제시한다.

"1. Date-based leadership으로 바꿔라. 2. 나이테 융합 교육으로 혁신하라. 3. AI 학습 생태계를 주목하라. 4. 플랫폼 캠퍼스 꿈꾸어라. 5. 교수는 학습자원이다. 6. 3無(무전공, 무학년, 무제도) 학습체계를 구축하라. 7. ABB(AI, 빅데이타, 바이오) 인재를 길러라. 8. 양뇌사회를 대비하라. 9. 스마트 산학틀에 주목하라. 10. 대학은 교육 전매(Educational Monopoly) 사고에서 떠나라."

신학대학도 혁신이 없이는 미래에 생존할 수 없다. 신학대학은 신입생 감소 문제가 일반대학보다 빨리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반대학보다 빠른 구조적 개혁이 요구된다. 하지만 신학대학은 일반대학과는 달리 지식전수가 주된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대학과는 다른 형태로 존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학대학은 신학 지식을 가르치는 곳에서 영적인 존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정신적 가치들, 종교적 담론들은 선도해가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계속)

장재호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조교수, 종교철학/과학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