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시리아 강진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 광림교회(담임 김정석 목사)가 설립한 '안디옥 개신교회'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안타키아 최초의 개신교회로 알려진 이 교회의 붕괴 소식은 튀르키예 선교와 이 교회의 사역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레 불러일으켰다.
'안디옥 개신교회'는 광림교회 설립자인 故 김선도 감독이 1993년 성지순례 도중 이곳에 대한 비전을 품고 7년간의 준비 끝에 2000년 6월 봉헌하며 시작됐다. 100여 년 된 문화재이자 한때 프랑스 영사관으로도 사용됐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그리스도인(Christianus)' 첫 명명된 곳
기독교 인구, 100년 전엔 20%였는데...
전역에 186개 교회 있지만 여건 어려워
유대인·기독교인에 대한 박해·차별 심해
안타키아(Antakya)는 인구 약 16만의 도시로,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해 당시 전 세계 복음의 전초기지 역할을 감당했던 '수리아 안디옥(Syria Antioch)'이 바로 이곳이다. 박해를 피해 떠나 온 기독교인들에 의해 '그리스도인(Christianus)'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난 곳이지만, 현재는 이슬람권이다. 한국선교연구원에 따르면, 100년 전만 해도 거의 20%였던 터키의 기독교 인구는 현재 약 10만여 명으로 0.2% 안팎에 불과하다.
터키 전역에 걸친 개신교회협의회는 186개 교회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사적·문화적·종교적으로 배제돼,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교회는 제한돼 있다. 2021년 현재 186개 교회 중 120개 교회는 임대시설이나 가정, 사무실을 사용하며, 단 11곳만이 전통적인 교회를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터키 법적 요건으로 개신교회는 운영을 허가받기 위해 협회나 종교재단, 기존 재단의 지부를 설립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나 예배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집회 장소를 유지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신교회협회는 여전히 국내 종교 지도자 양성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터키 민주주의 프로젝트'(Turkish Democracy Project) 보고서에서는 터키가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비롯 유대인과 기독교인에게 저지른 박해와 정부 차별 등 인권 침해가 상당하다고 기록돼 있다. 연구원은 "터키정부는 지즈야(jizyah) 세금, 재산 몰수 및 노동 수용소로의 추방을 도입한 1942년 법을 포함해 비무슬림 소수자를 차별하기 위해 종종 법적 수단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 2021년 1월 통과된 또 다른 법률은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기독교 단체의 자금조달 및 활용 능력을 제한하고 있으며, 터키 정부는 외국 선교사들을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자국 내 기독교 문화를 지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안디옥 개신교회', 성도들 모두 현지인
한국의 교회가 세웠다는 말에 모두 놀라
터키인·시리아 난민 위한 다양한 사역
나무 2천 그루 기증, 지역신문에 소개돼
▲2020년 10월 초 안타키아 지역에 발생한 산불로 산림이 크게 훼손됐던 당시, 안디옥 개신교회는 지방정부에 2천 그루의 평화의 묘목을 기증했다. 이에 정부는 교회 측에 감사의 인사와 기부인증서를 전달했고, 이는 터키 지역신문에도 소개됐다. ⓒ광림교회 |
광림교회에 의하면 안디옥 개신교회는 오스만 터키 제국을 거쳐 긴 세월 영적 불모지였던 안타키아에, 터키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1900년 만에 재건된 첫 번째 개신교회다. 종교 비자를 발급받은 선교사 부부 외에 성도는 모두 튀르키예와 시리아 현지인들이다.
이곳에 파송돼 약 17년간 사역해 온 장성호 선교사는 지난 2021년 교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보내온 선교편지에서 "안디옥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이 가득한 이 곳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과, 한국의 교회가 세웠다는 사실, 지금도 예배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Amazing(놀랍다)'과 'Miracle(기적)'"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안디옥 개신교회와 불과 25Km 떨어진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대는 최근까지도 총성이 오갔다. 각종 테러리스트들의 반정부주의자들이 곳곳에 있고, 안타키아에서는 가톨릭 추기경이 운전기사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의 아내 박희정 선교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회로 달걀을 던지는 이도 있고, 지금도 예배시간에는 경찰이 배치된다"며 이슬람 국가 안에서의 개신교의 현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장 선교사는 "지금도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끊이지 않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곳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은 일하고 계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의 안디옥 교회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공존했던 것처럼, 안디옥 개신교회에 터키 공동체와 시리아 난민 공동체가 공존하고 있고, 한국, 아제르바이잔, 이집트, 미국 등 다양한 배경의 사역자들과 동역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일에 진행되는 예배는 물론,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이레센터, 난민캠프 구호사역과 영어클럽 기도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진 발생 전 튀르키예 안타키아(안디옥)의 모습. 곳곳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첨탑들이 보인다. ⓒ위키백과 |
지방정부와의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2020년 10월 초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 테러리스트들의 고의적인 방화로 여러 곳에 큰 산불이 발생해 인근 지역의 산림이 크게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을 때, 안디옥 개신교회는 광림교회의 도움을 받아 2천 그루의 평화의 묘목을 기증했다. 이에 터키 산림청은 교회 측에 감사의 인사와 기부 인증서를 전달했고, 교회의 선행은 터키 지역신문에도 소개됐다.
광림교회 김정석 목사와 장로들은 지진 발생 당일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고 있었다. 안디옥 개신교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6.25 참전용사 가족을 위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몸을 실었던 일행은 공항 도착 직전 지진 소식을 접했고, 안디옥 개신교회의 소실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2만 5천 불을 모금해 긴급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선교사 부부도 현지에서 교인들 및 한인사역자협의회(한사협)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구호활동에 힘쓰고 있다.
교회 측은 긴급구호 모금을 펼치며 "큰 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튀르키예와 시리아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을 전한다.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가 온전히 재건되어 더 큰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2000년 광림교회가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의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영사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회를 개척했다. ⓒ광림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