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3.1운동과 통일포럼'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김형석 박사(연세대 명예교수)와 윤경로 박사(전 한성대 총장, 역사학자)가 발표하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와 황민호 교수(숭실대 사학과)가 논찬했다.

먼저 '3.1 정신의 현재적 의미와 우리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 교수는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3.1운동이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점"이라며 "여러 측면이 있지만 생활단위가 크게 변했다. 3.1운동 이전 우리의 생활단위는 나와 내 가정, 내가 속한 직장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3.1운동을 겪으면서 나와 내 민족, 나와 내 국가로 한 차원 높아졌다"며 "많은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보면 국가는 가족공동체에서 사회공동체로, 사회공동체에서 국가공동체로 변하는데, 그 점에서 3.1운동은 우리나라가 국가공동체로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3.1운동 때 비로소 우리 국민에게 민족의식, 국가의식의 생긴다. 우리나라가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민족의식, 국가의식이 다음 단계로 25년쯤 지나 해방이 되면서 독립된 국가의 의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후 6.25 한국전쟁과 4.19혁명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그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선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선진국가는 법이 아닌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다. 즉, 윤리 도덕 종교 등의 선한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했다.

김 박사는 "정치가는 정치를 통해 국민생활을 도와주어야 한다. 정치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정치가 목적이면 국가주의가 된다. 국민이 불안해 진다. 정치는 국민이 잘 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며 "기업가는 기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경제적 혜택을 주고, 교육자는 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의 정신을 일깨워주며, 예술가는 예술을 통해 국민생활에 정신적 행복을 줘야 한다. 그래야 질서사회로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질서사회로 가기 위해, 앞으로 통일한국을 세우기 위해, 3.1운동으로 시작한 국민적·국가적 에너지를 묶어 마음을 열고 함께 노력하자. 이것이 바로 3.1운동의 정신이고 우리 민족 국가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논찬한 소강석 목사는 김 박사가 따로 언급하지 않은 3.1운동과 기독교의 관계를 설명했다. 소 목사는 "100년 전 3.1운동을 한국교회가 주도하고 이끌어 갔다면, 미완의 3.1운동도 한국교회가 완성해 나가야 한다"며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3.1운동 사료나 독립운동가의 행적 및 업적을 발굴하고 드러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미완으로 남은 3.1운동을 완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3.1독립만세운동의 역사성과 교회의 역할'을 제목으로 발표한 윤경로 박사는 "3.1운동은 한국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운동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 않다"며 "3.1운동은 타율적 개항 이후 왜곡되게 전개된 정치사회적 제반 모순을 극복할 목적으로 진행된 여러 모양의 국·민권운동 등이 모이고 쌓여 큰 강을 이룬, 한국 근현대사를 구분하는 대사건"이라고 했다.

윤 박사는 "다시 말해 3.1운동은 단순한 독립운동이 아닌 혁명이었던 것"이라며 "황제가 통치하던 대한제국을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3.1운동의 혁명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그리고 그 중심축 역할의 한복판에 교회와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한없는 자긍심을 갖는다"며 "100년 전 3.1혁명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다했던 한국교회와 선배 기독교인들의 정신 및 희생적인 헌신이 오늘날 과연 어떤 지경에 처했는가에 대한 깊은 회개와 자기고백을 넘어, 새로운 각성과 다짐, 무엇보다 3.1 정신의 현재성을 깊게 성찰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실천할 것인가에 관한 범 교회적 운동이 내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논찬한 황민호 교수는 "3.1운동과 관련된 교계의 역할에 대해서는, 개항 이후 조선에 찾아온 개선교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교육과 봉사에 대해서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선교사 그룹이 모두 긍정적이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더욱더 기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