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조성돈,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교수

중2병이 있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이런 병명도 있을까 싶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2병이 무엇인지 안다. 농담 삼아 이야기하지만 덕분에 북한의 김정은이 쳐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무섭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것과 같이 중학교 2학년은 사고를 많이 친다.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경우이다. 무서운 집단폭력에도 어김없이 중학교 2학년이 등장한다. 자살은 어떨까. 비슷하다. 자살 역시 중학교 2학년에서 두드러진다. 어떤 면으로 보나 중학교 2학년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은 모두 대학교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니 학생이 아니라 학교가 그러하다. 모두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다. 결국 고등학교들은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들여보냈는가로 그 수준이 결정난다. 중학교는 다를까. 아니다. 역시 대학을 잘 보낼 수 있는 고등학교에 몇 명을 넣었느냐로 결정난다.

학교는 수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이 다 대학입시로 연결이 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무슨 대회라는 것도 모두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아이들에게 몰리게 되어 있다. 학교에서 줄 수 있는 모든 상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나중에 그것으로 좋은 대학을 가고, 결국 학교에 실적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취미활동도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진다. 역시 이것도 대학원서를 쓸 때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소재가 되어야 한다. 심지어 친구관계도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대학입시에서 자기소개서에 쓸 스토리 하나로 남는다.

이런 얽히고 얽힌 대학입시의 거미줄 안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1등이 아니면 사람 취급도 받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에 우리 아이들은 너무 일찍부터 눈을 뜨는 것이다. 이 경쟁도 실은 고등학교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미 이 톱니바퀴에서 떨어져 나간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학교가 원하는 것은 모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 말로 내신 ‘깔아줄’ 밑밥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아직도 끈을 놓지 못하는 엄마 생각해서 학원도 다녀주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주는 것이다.

실은 이 모든 것은 중학교에서 결정이 난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부모님의 여건과 자신의 성적을 비교해 보고 자신의 미래를 확정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이 때 자신은 그 톱니바퀴에 끼어 들 수 없음을 직감한다. 미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분노로 결말이 난다. 프로이트의 의견에 의하면 이 분노는 밖으로 향하여 범죄가 되고, 안으로 향하여 자살이 된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사고도 치고 자살도 하고 그런다.
아니 그랬다!

요즘 초4병이라고 한다. 중학교 2학년도 벌써 늦었고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절망과 분노에 매인다. 역시 이 나이에 사고도 치고 자살도 시작된다.

LifeHope는 최근 초등학생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보통 중고등학교에서 생명보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자살이 일어났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자살예방교육을 시켜달라는 요청이 와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게 되었다. 요청에 의해서 실시는 하지만 실은 절망감이 앞선다.

요즘 학생들에게 자해가 퍼지고 있다. 손목을 마치 슈퍼의 바코드 표시처럼 그어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자해를 치고 검색해 보면 4만개가 넘게 검색된다. 강연과 집필 때문에 검색을 해 보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실을 못 견디겠는 아이들이 자기 손목과 팔에 칼을 대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 초등학생들이 낀다. ‘자살할 거 같으면 차라리 자해를 해라!’ 한 정신과 의사의 충고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현실이다.

작년에 학생 중에 자살로 사망에 이른 이가 114명이다. 여기에 초등학생 5명이 낀다. 시도자는 전체 451명이다. 여기에 역시 초등학생이 36명이다. 그런데 내 아이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우리 교회 아이들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유년부부터 아이들에게 몸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