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4. 오순절과 관련된 관습들

이스라엘의 역사와 신앙 속에 살아있는 절기로서의 오순절은 성서와 이스라엘 신앙에 근거한 관습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런 관습들의 정확한 기원시기에 관하여는 신빙성 있는 자료가 거의 없고 역사적 배경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성서에서 직접 규정된 의식이나 관습은 이미 앞서 설명하였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오순절 관습 중 의미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첫째로 중요한 관습은 유월절 중 첫 곡식단을 요제로 드리는 날로부터 새로 추수한 밀로 구운 빵 두 덩어리는 드리는 날까지 50일을 세는 관습이다. 이 관습은 성경에 명시된 관습으로서 그 기원 역시 대단히 오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50일을 계산하는 기간 중에서는 결혼잔치를 비롯한 즐거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또한 관습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33일 째가 되는 날은 '라고 베 오메르'(Lag Be-Omer;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라메드(L)는 '30'이고 김멜(G)은 '3'을 의미함)라 하여 예외적인 날로 정해놓고 있다. 추수에 분주한 50일간의 농사철 중 하루를 정하여 그날을 즐길 수 있고 또한 결혼식도 거행할 수 있도록 융통성의 예외규정을 둔 셈이다. 유대인의 전통적 해석인 미드라쉬에 의하면, '라고 베 오메르'는 광야에서 처음으로 만나가 내리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였다.

(2) 회당예배제도와 관련한 관습으로서 오순절 첫날에는 십계명이 포함된 출애굽기 19~20장을 읽도록 되어있고, 둘째 날에는 오순절 규례에 관한 부분인 신명기 15장 19절~16장 17절을 읽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이 두 날 모두 추가부분으로서 오순절에 제물을 드리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민수기 28장 26~31절을 읽도록 되어있다.

또한 오순절에 회당에서는 룻기를 통독한다. 그것은 룻기의 배경이 오순절 시기와 맞는 추수 때였다는 점(룻2:23)과 룻이 전통적으로 오순절에 죽었다고 전해오는 다윗의 조상이 되었다는 점(룻 4:17)을 들 수 있다. 이방인으로서 이스라엘 신앙을 받아들인 룻의 회심내용은 율법이 주어진 기념일에 읽어야 할 적당한 부분으로 보이며, 룻의 이스라엘 신앙에 대한 충성은 곧 이스라엘의 율법에 대한 충성의 상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오순절의 첫날 저녁에는 모든 회중이 회당에 함께 모여 특별한 기도서인 티쿤(Tikkum)을 읽으며 철야하도록 되어 있고, 둘째 날 저녁에는 자정까지 회당에 모여서 다윗의 시들을 읽는 관습이 있다. 다윗의 시들을 특별히 읽는 이유는 오순절에 다윗이 죽었다는 전승 때문이다.

(3) 중세기 이후부터 시작된 관습 중의 하나는 오순절에 5세 정도의 유대인 아이들을 히브리어 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이다. 입학식을 마친 다음 유대인 어린이들은 처음으로 히브리어 알파벳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때에 학생들에게는 맛있는 과자와 꿀과 사탕 등을 나누어주었는데, 토라(율법)가 그처럼 달콤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관습으로서 19세기 이후 개혁주의 유대교에서는 오순절을 견신례의 날로 정하여 정통유대교에서 13세가 되는 생일날에 지켜온 성인식(바르 미츠바)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오순절에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서 그들의 신앙을 확정지었다는 의미와 관련시킨 관습이라고 볼 수 있다.

(4) 오순절 기간에 유대인들은 그들의 가정과 회당을 녹색식물과 꽃 등으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으며, 특별히 이 기간에는 유제품을 먹는 관습이 있다. 여기에서 유제품을 먹는 이유로는 성서에서 율법이 젖에 비유되어 있다는 점(아 4:11)과 오순절에 첫 곡식을 드리는 율법이 어미젖에 관한 내용과 함께 나타나 있다는 점(출23:19)을 들고 있다.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은 이스라엘은 신앙연령이 어린아이라서 젖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고려되어 있다.

오순절 명절과 관련된 특별한 전통 음식으로는 고기나 치즈로 채운 삼각형 모양의 팬케이크를 들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을 내는 이유는 성경이 세 부분-토라, 예언서, 성문서-으로 되어 있으며, 그 율법이 세 종류의 이스라엘 사람들-제사장, 레위인, 일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세 번째 아이인 모세를 통하여 제3월에 율법이 주어졌음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