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신국원 교수 은퇴식 '어제의 감사와 오늘의 치열함과 내일의 소망'이 12일 오후 삼일교회 본당에서 개최됐다.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신국원 교수는 이날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강연하며 창조, 타락, 구속, 하나님 나라, 다원주의 등을 설명했다.

먼저 히브리서 11장 1~2절을 언급한 신 교수는 "세상은 보는 것을 믿지만 성도는 믿는 것을 본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그 좋은 예"라며 "히브리서11장은 믿음으로 살았던 이들의 열전이다. 믿음은 그들의 비전이자 실상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비전은 성경이 보여주는 구속의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라며 "타락으로 망쳐진 선한 창조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약속과 성취 과정의 복된 소식이 이 비전의 핵심이다. 우리도 같은 비전을 따라 아직 이루어져야 할 이야기의 남은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시각을 '선교적(missional)' 관점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신 교수는 "창조의 진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을 향해 가는 시작에 관한 교훈이다. 창조가 불완전했거나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며 "창조진리에는 이미 하나님 나라를 향한 선교적이며 종말론적 비전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타락'에 대해 "죄와 악, 죽음은 우리를 절망케 한다. 종교와 철학, 예술은 이 질문에 답하려고 몸부림쳐 왔는데 이에 관한 성경의 대답은 정말 독특하다. 성경이 진리임은 여기서 가장 밝히 드러난다"며 "분명한 것은 죄가 세상에 본래 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경은 세상이 죄악으로 얼룩지게 된 이유를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마음대로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의 근원되신 하나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이 죄악의 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악의 구조화'에 대해 "성경은 철저히 이런 사상을 배격한다. 오로지 선이 있었을 뿐이고 악은 실체가 없다. 오직 성경만이 죄와 악의 원인을 인격적인 것, 그것도 관계적 배신에서 찾는다"며 "죄가 무엇인지 악이 무엇인지 모르면 유일한 해결책인 복음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선악과'에 대한 오해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강요하지 않고 선과 악을 택할 자유를 주셨다. 이것은 인간을 인격적으로 대하시며 존중하는 은총"이라며 "선악과는 율법과 비슷하다. 율법을 주신 것은 정죄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이 의며 악인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교통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은 경찰이 따라와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렇기에 "인간이 따먹을 줄 알면서 왜 만드셨냐, 라던가 왜 막지 않았는지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했다.

신국원
▲신국원 교수. ⓒ김신의 기자

또 신 교수는 '구속'에 대해 "구속은 죄인과 세상이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회복되는 것이다. 구속은 redemption이고 거듭남과 중생은 regeneration, rebirth다. 본래 창조의 계획대로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지는 참된 회복을 말한다"며 "그런데 죄는 그냥 용서될 수 없다. 누군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죄를 사하기 위해 죽으셨을뿐 아니라 의롭다 하시기 위해 부활하셨다. 죄인을 의롭다하는 선언을 신학에선 '칭의'라고 한다. 구원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사는 이중 진리"라고 했다.

이어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은 안전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온전한 성도는 하나님의 자녀된 신분과 권리와 의무의 회복을 통해 거룩한 삶을 누려야 진짜"라며 "많은 이들이 '성화'의 가치를 모르고 포기하고 산다. 비전이 없다. 우린 구원을 위해 노력할 수 없지만 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한 신 교수는 "성경과 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은 구원의 복음이다. 복음은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자연히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비전은 하나님 나라에 맞춰져 있다"며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천국, 하늘나라는 불교에서 생각하는 극락 세계가 아니다. 마음 속에만 있는 것, 내면적인 것으로만 보는 것도 큰 오해다. 세상은 본래 전부 하나님의 것이다. 당연히 회복의 목표는 그 전체다. 하나님 나라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넓혀져 가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으나 아직 완성될 것을 기다리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이중 구조에 대한 바른 이해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나님 나라의 권세를 누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 나라를 기다리는 인내와 소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며 "언제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성령이 임하시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을 주목하도록 하셨다"고 했다.

끝으로 '기독교 세계관과 다원주의 사회와의 선교적 대면'에 대해 신 교수는 "아브라함 카이퍼가 얘기하듯 삶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학교, 회사 가정, 예술, 사업 모든 일, 특히 다음 세대에 하나님의 주권이 선포되야 한다. 또 공동체가 과연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한 예수님을 신실하게 증언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각자의 격변을 지날 수 있지만 우리가 한 공동체란 걸 잊으면 안된다. 나만 옳다 여기고 상대는 이단이 되어야 하면 그 길은 기독교인이 갈 길이 아니"라며 "비전의 끝은 살롬이어야 할 것 같다. 포기 하지 않으면, 낙심하지 읺으면 때가 이르매 거두게 하신다. 여러분 사랑한다. 감사드린다"며 정년퇴임 기념 강의를 마쳤다.

이후 특송, 발자취 소개, 토크쇼,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 감사 메시지 전달, 감사패 증정, 신국원 교수의 답사, 내빈인사, 기념촬영, 리셉션이 이어졌다.

영상을 통해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 강연안 교수는 "신국원 교수는 특별히 기독교와 대중문화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학문, 세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또 문화 철학 분야의 기본적 토대를 쌓았다"며 "은퇴 후에도 계속 하나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을 생각하고 글을 쓰고, 사회나 문화를 통해 지속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답사를 전한 신국원 교수는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 때 기도를 하면 '하나님께서 쓸모 없고 쓰레기 같은 인생을 건지셔서 신학 공부도 하게 하시고 목사가 되게 하시고 선생까지 되게 하셨다'라는 생각이 맨 밑 바닥에 깔려있다"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 뿐인데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고, 여러분들 사랑에 보답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살 수 있도록 잊지 않고 계속 기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신국원교수는 총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삼일교회 협동목사, 미국 칼빈대학교 헨리미터센터 펠로우 교수, 미국 칼빈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Institute of Communications Research 객원연구교수, 미국 앤아버 성서교회 담임목사, 왕십리교회 청년지도 목사, 분당중앙교회 협동목사/설교목사, 성덕중앙교회 설교목사, 미국 톨리도 한인교회 설교목사, 충신교회 설교 봉사로 섬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