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 교수(포항공대)를 지명했지만, 그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경력 등이 논란이 되면서 끝내 박 교수는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그러면서 한국창조과학회의 존재와 그들의 주장이 자연스레 부각됐다. '창조냐 진화냐'하는 해묵은 논쟁부터 '젊은 지구 오랜 지구' 같은 문제들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창조론적으로 탐구해 온 허정윤 박사를 만나 이와 관련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국창조과학회 회원이면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허 박사는 또 최근 「과학과 신의 전쟁」(메노라)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른바 '과학적 무신론'을 반박하면서 오늘날 신을 부정하는 과학주의 사고에 맞서 과학으로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과학적 유신론'을 제안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과학과 신의 전쟁」에서 4가지 진화론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적 무신론에 대해 비판을 넘어 폐기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셨습니다. 무신론자 등으로부터의 반론이나 공격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요.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습니다만, 책을 쓰면서 그런 것들을 대비해 철저하게 자료를 확인하고 검증했어요. 반론과 공격에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적 무신론의 핵심은 역시 진화론입니다.

"진화론은 전체적으로 4단계를 거쳐서 발전했어요.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이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공상과학 소설 시리즈 같다랄까요. 양자물리학적 진화론을 제안한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무(無)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했는데 이것도 잘못이긴 마찬가지예요. 특히 현대 우주론에서 진화론자들은 초고밀도의 '특이점'에서 어느 날 빅뱅이 저절로 발생했고, 이것이 팽창해서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나 사실은 '특이점'이라는 것은 없었고 영원불변하는 우주 에너지가 있었죠.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법칙(E=mc²)에 의하면 에너지와 물질은 고온에서 상호 전환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진화론이 물질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생명이 저절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면, 영원불변하게 존재하고 있는 우주 에너지에서 신이 저절로 발생했다는 주장도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진화론은 이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론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고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이론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진화론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적 무신론은 틀린 것이죠. 저는 이렇게 진화론을 통섭적으로 살펴보면서 과학적 무신론의 오류를 폭로했고 그 대안으로 양자물리학의 대칭성 법칙에 의한 과학적 유신론을 제안했습니다."

-책에서 과학적 무신론의 폐기와 동시에 창조론을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도 하셨습니다.

"창조론은 진화론과는 정반대의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우주와 생명체가 자연에서 저절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창조자에 의해 창조됐다고 보니까요. 문제는 태초에 일어난 창조의 사건을 본 사람이 없고, 오늘날 실험으로 재현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은 창조사건의 결과물인 우주와 생명체를 연구해서 이론을 구성해야 합니다. 과학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에서 '창조론은 과연 과학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이냐' 하는 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렇게 성공적인 창조론이 나오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한국창조과학회(창조과학회)는 어떻게 보십니까?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창조론은 최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요. 당시 박 후보자의 말을 들어보면, 창조론을 신앙적으로는 믿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사실을 믿는 믿음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과학계와 정치계가 박 후보자의 이런 입장을 문제 삼으면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잖아요. 결국 그분은 장관 후보를 자진사퇴해야 했고, 창조과학회에서는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나서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무오하다. 창조과학회는 과학으로 성경을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성경을 변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대개 이런 취지의 기자회견이었는데, 박 후보자의 입장을 옹호한 것인지, 부정한 것인지, 도무지 헷갈리더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한국창조과학회(Korea Association for Creation Research)는 미국의 'Institute of Creation Research'라는 단체를 모델로 삼아 출발해서 영문 이름도 'Creation Research'라고 그대로 따라 쓰고 있지요. 그런데 그 말을 왜 엉뚱하게 '창조과학'이라는 말로 번역해서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 때문에 과학계로부터 비난과 조소를 받고, 일반인들은 물론 기독교인들에게조차 오해와 혼란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이라는 말 대신 가령 '창조연구회'라든가 '창조신앙연구회' 같은 이름을 사용했더라면, 박성진 후보자 사태와 같은 일은 겪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창조과학회가 성경만을 근거로 창조론을 주장한다면, 그런 창조론은 성경적 창조론이라고 불러야죠. 성경은 디모데후서 3장 16절에 나와 있듯이,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게 써야 해요. 여기에 누가 시비를 걸겠어요?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니까요.

창조과학회가 가진 또 하나의 문제라면, 학문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자세가 다소 결여돼 있다는 점입니다.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창조론의 틀에서 벗어나면 진화론이나 무신론과 타협한 것으로 보곤 하기 때문입니다. 창조과학회가 기독교적 학술단체를 표방하는데, 그 활동이나 성격을 보면 일반적인 학회와 기독교 단체 사이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애매하다랄까요?"

-창조과학회의 창조론이 왜 문제인가요?

"창조과학회의 창조론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주의 나이가 약 6천년밖에 안 되었다고 주장하는 '젊은 우주연대론'이고, 둘째는 오늘날 지구의 지각 구조와 표면 지층이 노아의 대홍수라는 하나의 대격변으로 인해 형성됐다고 하는 '단일격변설'이죠.

먼저 '젊은 우주연대론'을 보면, 영국의 어셔 주교가 성경에서 6일 창조의 하루를 24시간으로 계산한 다음 여기에 아담 자손들의 연대를 더해서 BC 4004년에 창조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여기에 주후 연대를 더하면 약 6천년이 나온다는 것이죠. 그런데 창조과학회가 젊은 우주연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진화론이 '오랜 우주연대'를 주장하므로 이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봐요.

사실 창조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연대가 길고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성경에는 창조사건의 발생 시기를 알리는데 '태초'라는 말 한마디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시간을 인간이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은 없어요. 그러므로 창조과학회가 그동안 진정 연구했어야 할 일은 하나님이 우주와 생명의 창조에 쓰신 방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지 우주연대 논쟁의 문제가 아니예요.
 
그리고 노아 홍수라는 단일격변설은 현대 지구과학 또는 지질학에서 전혀 인정하지 않는 주장입니다. 과학적으로 지각구조는 판구조론에 의해 설명되고 있고, 지층 구조의 형성은 마그마의 압력에 의한 융기 및 붕괴, 화산 폭발, 홍수 등의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홍수라는 단일 요인밖에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결국 창조과학회의 창조론은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의 범주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그 범주를 벗어나면, 신화로밖에는 인정받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창조론을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창조과학회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주와 생명이 창조된 것인가, 아니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알아보아야겠다는 목적으로 신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 창조과학회의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를 거의 다 읽었습니다. 그때 평생회원으로 가입해 지금도 관련 자료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점점 창조과학회의 창조론이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진화론을 반대하는 단체의 세미나에는 가능하면 참석했고, 각종 자료를 읽으면서 진화론의 사실성을 탐구했어요.

그 결과 「과학적 무신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있었죠. 여기서 '과학적 무신론'이라는 말은 바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접목한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주의 이론을 가리키는 겁니다. 그들 스스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요. 제 논문에서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하는 부분은 이번에 낸 책 「과학과 신의 전쟁」 제2부에 반영되어 있어요.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과학적 유신론'은 제 책 제3부에 나옵니다."

-앞으로 기독교 창조론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성경에는 하나님이 말씀으로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다고 서술돼 있어요.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말씀은 그가 창조하신 피조물들에게 법칙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과학은 바로 그런 우주만물의 법칙을 밝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은 창조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지 않아도 우주와 생명의 법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규명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과거 갈릴레이나 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다 그렇게 했었지요. 우리나라 창조과학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 앞에  창조라는 말을 붙여 창조과학을 한다고 선언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창조과학회가 하나님의 창조방법인 말씀이 우주만물의 창조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한 실적을 내놓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나님이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서술은 말 그대로 신화이죠. 이 신화 속에 감추어진 신비적 의미를 현대적인 창조론으로 풀어내려면,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학, 철학, 고전과학, 그리고 현대 양자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통섭적인 이해를 갖추어야 해요.

창조과학회가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차라리 그 이름에서 '과학'이라는 말을 빼는 것이 좋겠지요. 현대인들에게 설득력 있는 창조론은 육하원칙에 따라 과학적으로 하나님의 창조방법인 말씀이 어떻게 피조물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연구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창조주 하나님이 창조과학회뿐만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 지식인들이 협력해서 그런 창조론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