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교회 목회자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이 '북핵 폐기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던 모습
지난 2월 한국교회 목회자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이 '북핵 폐기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던 모습

북한이 9일 오전 9시 30분 함경북도 풍계리 지역에서 5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대해 한국교회 주요 단체들과 지도자들은 북한의 반평화 행위를 일제히 규탄하면서, 국민들의 안보 의식과 정부의 대비 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이하 한교연)는 즉각 성명을 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했다. 한교연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핵과 미사일 발사에 매달리면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바라는 7천만 민족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반인륜적 폭거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자행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에 대한 중대한 도발 행위에 대해 온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교연은 "국가 안보의 위기 앞에서 사드배치 문제로 남남갈등이 벌어지는 현실에 박수칠 사람들이 누구인지, 연일 쏘아대는 미사일과 핵무기가 누구를 향한 대량살상 무기인지 우리는 똑바로 인식하고 분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 어떤 부담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북핵문제를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말로써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며 "또한 국민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무력 도발에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굳건히 하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처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는 9일 오후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국제사회가 이번 G20,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통해 분명한 경고를 보냈음에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올해만 벌써 2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권과 민생 상황은 전혀 도외시한 채, 오로지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몰두하면서 위험천만한 도발을 지속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고립과 국제사회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핵실험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력통일, 적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며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면 할수록 더 강력한 국제사회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고, 경제 또한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총은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고,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정부도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요청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기대했다.

목회자들 중심의 시민단체 선민네트워크(상임대표 김규호 목사)도 9일 '북한 정권은 스스로 망하게 할 핵무기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개선하는 데 매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민네트워크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반복은 우리 국민과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더하고, 하루 속히 북한 정권이 무너져야 진정한 평화가 오겠다는 것을 확신케 하고 있다"며 "지금 북한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날 뛰는 어린 철부지와 같이 너무나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핵무기 몇 개를 손에 넣었다고 자신들의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망상은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며 "수백 개의 핵무기를 자랑하던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 망한 것이 아니었고, 중국 공산당이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를 도입한 것도 핵무기가 없어 일어난 일도 아니다"고 전했다.

목회자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 결국 무너지게 되는 것인데,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 할수록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며 "속히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북한 정권은 곧 스스로 붕괴되고 말 것이므로, 핵무기를 만들 돈으로 주민 생존을 위한 식량 구입과 생활 향상에 쓰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예의주시하면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드배치 문제를 잘 마무리하면서 향후 핵잠수함 도입, 한국형 방어무기 체계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국가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반드시 핵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배만 불리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 고통당하는 2700만 북한 동포들이 참으로 불쌍하다"며 "북한 정권이 살 길은 핵무기가 아닌, 중국과 같이 개혁개방을 통해 주민들의 삶과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경석 목사(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공동대표)는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가 필요하고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 공유와 미 핵추진 잠수함의 한반도 근해 상시배치 등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핵을 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중국도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북한을 압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전 세계가 단결해 북한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동단결해 북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고, 아울러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소위 종북 세력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은 핵실험 후인 이날 오후 1시 30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여러 분열 물질에 대한 생산과 이용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핵탄두 폭발 시험은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한사코 부정하면서 우리 국가의 자위적 권리 행사를 악랄하게 걸고 드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위협과 제재 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서, 적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맞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당과 인민의 초강경 의지의 과시"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