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기증인 박순홍, 김건형 씨(왼쪽부터)
▲신장기증인 박순홍·김건형 씨(왼쪽부터).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Photo : ) 신장기증인 박순홍, 김건형 씨(왼쪽부터) ▲신장기증인 박순홍·김건형 씨(왼쪽부터).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명의 남성이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각각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신장 기증을 위해 수술대에 오른 주인공은 김건형 씨(35세, 광주광역시)와 박순홍 씨(56세, 강원도 춘천)이다. 

"생면부지 생명 살리는, 특별한 인생의 멘토를 만났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자 입원한 김건형 씨는, 2016년 본부를 통해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두 번째 인물이다. 최근 5년간 헌혈을 무려 125회나 했다는 김 씨는, 신장 기증 역시 헌혈을 하다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헌혈의집에서 간호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광주에 있는 헌혈왕이 장기 기증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헌혈에 가장 많이 참여해 기네스북에 오른 손홍식 씨가 신장과 간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이미 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했던 김 씨는, 손홍식 씨의 이야기를 들은 후 신장 기증 등록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가진 건강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바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김 씨의 신장 기증 결심은 평소 나눔에 관심이 많은 김 씨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내의 동의를 통해 실천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나눔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당연하죠. 제 신장을 이식받은 분께서 앞으로 건강을 회복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김 씨의 신장 기증으로 새 삶을 살아가게 될 이식인 이선호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구체신염으로 신장이 망가져 신장이식대기자로 등록한 지 무려 22년 만에 기적적으로 신장을 이식받게 되었다. 이 씨는 "평생 저를 간병하며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생만 해온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이식을 받게 되면 꼭 일을 시작해 아내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며 "저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기증인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은퇴 앞두고 가장 의미 있는 나눔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박순홍 씨는 33년간 강원도청에서 일해 온 공무원이다. 박 씨는 평소 일하면서 형편이 어렵거나 아픔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곳곳에 생각보다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씨는, 지난 2001년 자신과 같은 뜻을 품은 공무원 30여 명과 함께 '장애인을 생각하는 강원도청 공무원들의 모임'이라는 사내 동아리를 만들어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창단 당시 30명에서 현재 100여 명의 회원들이 모집될 정도로 활성화되었습니다. 15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오며 장애를 가진 분들을 도와 왔는데, 은퇴를 하기 전에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한 분의 생명을 살리는 뜻깊은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평소 꾸준히 헌혈(70회 이상)에 참여했던 박 씨는, 오래 전 본부에서 발간한 책자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장기 기증에 대한 내용을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이 생각나,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사후 장기 기증 서약과 함께 생존 시 신장 기증에 대한 의사도 밝혔다. 

"살아서 신장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나이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미루지 말고 당장 신장을 기증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아내와 두 딸에게도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고, 20대인 두 딸은 "아빠가 존경스럽다"며 박 씨의 생명 나눔을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박 씨는 14일 생면부지 환우에게 생명을 선물하게 됐다.

한편 박 씨에게 신장을 이식받은 주인공은 50대 남성인 주기태 씨다. 지난 1999년부터 원인 불명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혈액 투석을 받으며 무려 17년간 투병생활해 온 주 씨는, 소아마비 지체장애 1급으로 중복 장애를 안고 힘겨운 삶을 견뎌 왔다. 

휠체어에 의지해 긴 세월 동안 혈액 투석을 받아왔던 주 씨는 "오랜 시간 신장 이식만을 기다려 왔는데, 이렇게 기회가 온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기증인께 감사하는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저도 베푸는 선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