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 남동쪽 10마일 거리에 위치한 라구나우즈(Laguna Woods). 지척에 있는 라구나비치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이 산을 넘는 동안 염분을 모두 떨구고 피부에 상쾌함을 선사하는 전원풍 도시다. 라구나힐스연합감리교회(담임 림학춘 목사·24442 Moulton Pky, Laguna Woods)는 바로 그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이 교회는 평일날 구내를 산보하노라면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절로 하나님께로 향하고 본당(650석 규모)에 들어서면 예수님, 다윗, 요한 웨슬리 등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이 감동을 주는 예배당을 50년 역사의 백인 회중인 라구나컨추리연합감리교회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중년과 노년 행복하게 어울려
예배의 본질 회복에 진력하고
장학 프로그램 노인대학 운영
지역사회 섬기는 일에 앞장
예수님의 지상명령 순종 위해
몽골 과테말라 등 해외선교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를 꿈꾸며 1997년에 교회를 창립, 18년간 일편단심으로 목회하고 있는 림학춘 목사는 “약 85 가정, 120-130명의 성도가 오전 11시 30분에 본당에서 갖는 주일예배에 출석하고 있는데 교인들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이 성장해서 떠나고 중년들과 노년들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서 현재는 주일학교가 없다.

1999년 오렌지카운티의 32번째 시로 독립한 라구나우즈는 주민의 중간 연령이 78세에 달하는 은퇴자 천국. 전체 면적 중 90%를 55세 이상 은퇴자들의 게이티드 커뮤니티인 ‘라구나우즈 빌리지’(구 리저월드)가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의하면 주민 1만4,000여 명 중 백인이 87.3%, 아시안이 10%다.

이 교회는 교단의 서부지역 한인선교부가 오렌지카운티 남부에 한인 연합감리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하고 림 목사를 적임자로 픽업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미 한인교회가 많던 얼바인을 피해 더 남쪽으로 내려와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 교회 본당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교회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하나님께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 주셨다. 초창기에 신문들이 기사를 내주고 미주복음방송의 ‘새롭게 하소서’에 2회 연속 출연한 것이 교회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회고한다. 부목사로 사역했던 남가주주님의교회에서 사임 후에도 4개월간의 사례비를 주고 대표적인 한인 연합감리교회들이 매 주일 번갈아 와서 저녁예배를 함께 하고 헌금을 해주었던 일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 그 후 한인 인구가 늘어나고 교인들이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을 품고 꾸준히 전도에 힘쓴 결과 1년만에 독립된 예산을 세우는 등 튼실한 중형교회로 성장했다.

라구나힐스연합감리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교회의 본질 회복을 위해 매주 성찬식을 갖는다는 점이다. 늘 하는 성찬식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역효과를 불러 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림 목사는 “성례전(성만찬과 세례식)에 대해 철저히 교인들을 교육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주보에 성만찬의 바른 이해에 대한 돕는 글을 몇 차례 싣기도 했다. “성례전은 하나님께서 은총의 통로로 주신 특별한 선물이다. 하나님과 우리간의 의사소통 수단인 이들 예식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가시화되며 효력을 발휘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림 목사는 “요즘 목사 중 스타 강사가 배출되는 등 교회가 지나치게 설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말씀의 예전(설교)과 성례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찬을 매주 하는 것은 한인들에게 인기가 없는 일로, “여기가 천주교냐”고 불평하며 교회를 떠나는 교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기에 영합하는 목회를 했다면 우리 교회는 오늘날 같은 예배를 드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교회는 창립 이래 줄곧 강단용 성경으로 ‘새번역’을 사용해 왔다. 단지 현대적 표현을 쓴 새 성경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뜻도 모르는 기존의 어려운 번역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셀폰 하나를 다른 기종으로 교체하는 일도 어려운데 성경을 다른 번역으로 바꾸는 일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성경 사본은 오래된 것이 좋지만 번역은 새로운 것이 좋다”는 것이 남들 다 가는 쉬운 길보다는 옳은 길을 걸으려 애쓰는 림 목사의 지론이다.

이 교회는 젊은 가정이 많던 과거와는 달리 갈수록 시니어들이 늘어나는 지역에서 ‘바람직한 실버 목회’에 대해 고민하다 ‘에버그린 아카데미’를 열어 커뮤니티를 섬기기 시작했다. 존경 받는 어르신이 되도록 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인간은 노쇠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모토 아래 3-5월, 9-11월의 12주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반까지 어르신들에게 합창, 라인댄스, 서예, 미술, 생활영어, 미술, 스마트폰 등을 가르친다. 70여명의 등록생 가운데 교인과 비교인이 각각 반반이다.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수강료는 학기당 60달러다.

4년째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는  라구나힐스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이 기금 마련을 위한 골프대회에서 행복에 겨워 함박웃음을 꽃피우고 있다.
4년째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는 라구나힐스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이 기금 마련을 위한 골프대회에서 행복에 겨워 함박웃음을 꽃피우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잘 아는 ‘영적 베테랑’들이 넘쳐나는 이 교회는 꿈나무들을 키우기 위해 수년 전부터 장학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9명의 국내와 선교지의 학생들에게 총 1만6,000달러를 지급했다. 또 과테말라, 태국, 몽골 등으로 4차례 해외선교도 다녀왔다. 지난 8월 말에는 한 주간 10명이 몽골을 방문, 구치소와 신학교에 도움을 제공하고 현지 사역자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시골교회를 개척하는 커플의 결혼식을 지원하는 등의 사역을 펼쳤다. 교단에서 몽골을 한인선교구로 지정했기에, 앞으로 다른 한인교회들과 더불어 그곳을 중점적으로 섬길 계획이다. 그동안 예배회복을 위한 찬양 세미나를 개최하고 월드비전 친선대사 김혜자 권사 초청집회 등 의미 있는 행사들도 꾸준히 개최했다.

림학춘 목사(왼쪽)와 집회 강사로 교회를 찾은 월드비전 홍보대사 김혜자 권사.
림학춘 목사(왼쪽)와 집회 강사로 교회를 찾은 월드비전 홍보대사 김혜자 권사.

교회는 무엇보다 ‘모세 인생의 3분의 1은 남이 만들어간 시간, 3분의 1은 자신이 만들어간 시간, 마지막 3분의 1은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신 시간이었다’는 믿음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림 목사는 “우리 교회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한인들의 유입이 늘어날 이 지역에서 얼마전 발족한 비저너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노인학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은퇴 후의 의미 있는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는 단순한 쉼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뜻함을 노년들에게 깨우쳐 주는, 천국 가는 길의 좋은 길동무 같은 역할을 감당할 라구나우즈연합감리교회의 미래가 기대된다.
매주 강단 꽃꽂이를 직접 하는 림선희 사모와 더불어 목회의 보람을 일구고 있는 림 목사는 “많은 목사들이 큰 교회를 찾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한 영혼을 얼마나 진정으로 사랑했느냐로 나를 평가하실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문의: lagunaumc.org, (949)380-7777